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사직서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사직서를 받아 향후 예상되는 법적 공방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기업·농협중앙회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은 이달 계약이 만료되는 비정규직 직원을 상대로 지난 5월부터 사직서를 받기 시작했다.
노동계는 은행들이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사직서를 받는 것은 향후 발생할 지 모르는 법적 공방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노동계는 또 은행들이 직접적인 사직서가 아니라 사직서와 유사한 형태로 퇴직자 서명을 받고 있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눈속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계약해지통보서'를 퇴직 비정규직자에게 배포하고 본인 확인을 유도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퇴직 비정규직자들에게 '사직서' 서명을 권고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는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4월부터 사직서 제출을 명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또 2년 이상 근무하고 이미 회사를 떠난 비정규직자들에게도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장기간 근무한 비정규직자들에 대한 법적 소급적용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차윤석 전국금융산업노조 비정규직지부 위원장은 "주요 은행들이 이달 1일부터 계약이 만료된 직원들에게 사직서 서명을 독려하고 있다"면서 "향후 발생할 지 모르는 법적 공방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계약직모임 까페(http://cafe.daum.net/geyag)에는 사직서 제출과 관련된 불만 및 항의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이 까페는 사직서를 제출한 비정규직자는 농협이 수백명 가량으로 가장 많고 신한, 기업, 하나은행 순으로 보고된 사례가 많다고 전하고 있다.
비정규직 퇴직자들은 은행의 사직서 제출 요구를 거부할 경우 자칫 퇴직금 수령을 못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은행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하지만 퇴직한 직원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 자칫 실업급여가 지급되지 않을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은행들은 사직서 제출에 대해 퇴직처리를 위한 통상적인 절차라고 설명하고 있다.
기업은행 인사부 관계자는 "계약해지통보서가 나가기는 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퇴직절차일 뿐"이라면서 "서명란이 아예 없지만 부서장의 판단에 따라 본인 확인을 밟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인사팀 관계자도 "권고사직서를 받는 것은 본인이 퇴직 후 근무 중에 취득한 고객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받는 차원"이라면서 "서명을 받기는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라 본인의 선택에 맡긴다"고 말했다.
사직서 제출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농협은 "사직서 제출 요구는 사실무근이며, 유사한 형태의 서류의 제출 명령을 내린 바 없다"고 부정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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