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ㆍ러시아ㆍ중국ㆍ인도를 일컫는 브릭스 국가가 하반기 세계 증시를 이끌 전망이다. 선진국보다 금융위기 영향을 덜 받은 데다 하반기 원유ㆍ상품가격 상승으로 특수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는 실물경기 회복 속도에 따라 브릭스 내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기로 추락했던 선진국 증시가 연말부터 반등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브릭스 경기부양ㆍ유가상승 효과=중국과 인도는 강력한 경기부양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내수 진작으로 얼어붙었던 소비를 되살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4%에 달하는 4조 위안이 경기부양에 투입된 덕분이다. 유동성 확대가 경기 회복을 가속하면서 중국 증시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대기업 기업공개(IPO)와 대규모 증자를 허용할 경우 증시에 물량 부담을 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인도 경제도 견고한 소비를 바탕으로 살아나고 있다. 전세계적인 통화확장정책으로 인도 증시에서 유동성이 확대될 여건도 마련됐다. 집권당이 추가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 또한 높다. 다만 세계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인도 증시만 상승을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고평가 논란도 부담스럽다.
브라질ㆍ러시아 증시는 원유ㆍ상품 가격 상승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브라질은 내수시장을 키우고 교역대상을 미국에서 중국으로 다변화하면서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브라질 증시 역시 단기 급등으로 상승 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러시아는 브릭스 내에서 상대적으로 더딘 경제 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 외화보유액 감소와 루블화 평가절하로 모라토리엄(대외채무지불유예)까지 갈 뻔했던 러시아에선 금융시장 불안과 내수 위축이 여전하다. 증권가는 러시아 증시에 대해 완만한 유가 상승세를 고려할 때 연말까지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점쳤다.
◆선진국 투자는 연말 이후로=미국ㆍ유럽을 포함한 선진국 증시에 대한 투자는 연말 이후에나 고려할 만하다.
미국에선 금융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기점으로 경제지표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금융위기 발원지인 주택시장도 가격조정을 마치고 회복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경기회복 관건인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저축률 확대와 고용 악화 탓이다. 전세계 소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3%에 달한다. 미국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한 세계 경제도 본격적인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경기부양에 따른 재정 적자로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경제가 최악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고 있으나 경기 회복 속도는 신흥국보다 느릴 것"이라며 "하반기까진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이 세계 증시를 주도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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