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의 지분 변동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으로 양대 지배구조 체제를 이뤘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석유화학 중심의 지배구조체제로 개편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분 변화를 두고 금호아시아나그룹 형제간 계열사 분리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집이 박삼구 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대우건설 인수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박찬구·박준경 일가가 경영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계열분리나 경영권 이양은 가족간의 협의없이는 진행될 수 없는 사항"이라며 "이번 금호석유화학 지분확대는 단순히 경영권 안정과 단일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한 수순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은 최근 한 달 동안 금호산업 주식 4.84%(297만144주)를 모두 매각했다. 반면에 금호석유화학 주식은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지난달 말 기준 7.3% 에서 9.18%로 늘렸다.
또 박찬구 회장의 아들 박준경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도 2159주를 추가로 취득해 현재 보유지분을 9.02%로 늘었다.
박삼구 회장의 아들 박세창 상무 역시 지난달 말 기준 4.71%에서 6.47%로,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부장은 10.01%에서 11.76%로 각각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렸다.
박찬구 회장이 최근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이기 전, 박삼구 회장 부자와 박찬구 회장 부자는 각각 10.01%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보유한 상태였다.
그러나 박찬구 금호아시아나 석유화학 부문 회장과 아들 박준경 씨가 금호산업 지분 전량을 매각한 데 이어 박삼구 회장의 아들 박세창 상무와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까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말부터 박삼구 회장 외 특별관계자 6명의 금호석유화학 보유 지분은 기존 40.48%에서 46.38%로 늘어나게 됐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찬구 석유화학부문 회장 부자가 처분한 금호산업 지분 전량과 금호석유화학 지분 확대에 대해 경영권 안정과 단일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및 기타 자회사 매각 등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금호산업이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지배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특히 이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으로 이원화된 지배구조를 금호석유화학으로 단일화할 필요성이 제기돼 이를 위한 조치들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지분변동도 그 일환으로 이루어졌으며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를 할 계 획"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요건은 대차대조표상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 이 모회사 자산총액의 100분의 50을 초과해야 한다.
그러나 금호산업이 자회사인 대우건설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등을 매각하게 되면 금호산업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만약 금호산업이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동안 유지해 오던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의 양대 지주회사 체제는 무너지게 된다. 이로써 금호석유 중심의 단일 지주회사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6년 말 대우건설 인수 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갖춰 2007년 1월1일부로 금호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됐다.
이에 지금까지는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산업을 중심으로 한 양대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한 수순을 밟아 왔다.
박삼구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부자가 갖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지분이 점점 늘어나면서 형제경영 구도로 이어져 왔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향후 지배구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주경제=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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