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온통 녹색열풍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정유·석유화학업체들 역시 녹색으로 옷을 갈아 입고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화석연료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석유화학업체들이 갑자기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셸 등 메이저 석유업체들 역시 최근 경기침체로 대체에너지 개발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BP의 올해 대체에너지 부문 투자 규모는 지난해(14억 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든 5억~10억 달러에 불과할 전망이다. BP 전체 매출에서 대체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1%밖에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익은 전혀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석유나 천연가스 개발 부문과 태양열,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부문의 기술과 비즈니스 환경도 크게 다르다.
석유사업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높지만 이후 그 이상의 수익을 단기간에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 이익을 기대해야 하기 때문에 '폭리'를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원유개발에 도가 튼 석유업체들이 끈기를 갖고 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100년 전 절대 에너지로 몸값을 높였던 석탄이 몰락하면서 석유가 급부상한 것처럼 이제 석유 또한 그 자리를 재생에너지에 넘겨줄 차례다. 전 세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녹색산업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친환경 대체에너지산업에 향후 10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의 '녹색뉴딜'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 역시 '후쿠다 비전'을 통해 환경시장 규모를 120조 엔대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6일 5년 안에 세계 7대 녹색강국에 진입하자는 내용의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2013년까지 녹색기술 관련 연구개발(R&D)에만 2625억원이 투자된다.
이처럼 세계 각국 정부가 녹색성장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만큼 석유업계 역시 장기적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인내심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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