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가 국제금융 중심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구호에 그친 우리 금융허브정책을 자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추원서(사진) 산업은행 상하이지점장을 만나 우리가 금융 중심지를 육성하는 데 배워야 할 점을 들어봤다.
추 지점장은 "상하이는 덩샤오핑 시절부터 국제금융 중심으로 자리잡기 위한 역사적 배경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덩샤오핑 최고지도자는 상하이를 국제금융중심으로 육성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런 뜻은 이후 여러 지도자를 거치면서도 국가적 전략으로 채택될 때까지 변함 없이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과 선전, 충칭, 텐진을 비롯한 중국 내 다른 도시도 금융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중국 역대 지도자 모두가 주목한 곳은 상하이란 이야기다.
추 지점장은 "2020년까지 국제 금융ㆍ물류 중심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상하이시 정부가 먼저 냈다"며 "이를 중앙 정부가 국가전략으로 채택하면서 명분과 힘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금융ㆍ물류는 물론 제조ㆍ서비스업까지 망라하는 종합적ㆍ입체적 발전 계획이란 점에서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정권마다 변하는 우리 금융허브정책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다.
추 지점장은 "정권이 바뀌면 일관성을 잃는 정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참여정부 시절엔 서울을 자산운용업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현 정부로 넘어오면서 취지와 내용 모두 달라졌다"고 말했다.
남ㆍ북 관계도 금융허브 구축에 걸림돌이다. 북측 도발로 번번이 국가 위험도가 높아져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추 지점장은 "우리가 동북아에서 정치적 의미에 국한된 중재자로 남아선 곤란하다"며 "스스로 금융허브를 육성할 실력과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금융허브 육성에서 관건은 남ㆍ북 관계 개선으로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상하이지점은 1996년 설립돼 올해로 개점 13년째를 맞고 있다. 올해 1월엔 이곳 금융 1번지 루자주이에서도 가장 높은 빌딩인 상하이국제금융센터로 (SWFC)로 지점을 옮겼다.
상하이지점은 그동안 법인영업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지점 이전을 계기로 소매영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갈수록 경쟁이 심해질 것에 대비해 미리 종합금융회사로서 면모를 다지기 위해서다.
상하이=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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