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이 한반도 위에서 떠날 줄 모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양 끝을 모르고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두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짚신장수와 나막신장수를 둔 어머니는 비가 오면 짚신장수 아들을 걱정하고, 햇볕이 내리쬐면 나막신 장수를 걱정하느라 근심이 끊이지 않았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짚신장수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한숨이 들릴 듯도 하다.
최근 한국 경제 역시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원화 가치를 낮춰 수출을 늘리려던 정부는 갑작스런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화가치가 곤두박질할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제2의 IMF가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또 다른 걱정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히고, 이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환율의 등락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셈이다. 그나마 우리 경제구조가 분산됨으로써 비가 오거나 햇빛이 들거나 최소한 주요 경제 산업 전부가 불황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경제주체인 서민들은 아쉽게도 장마 기간에 짚신장수와도 같은 처지다.
일자리를 공유한다며 비정규 인턴만 잔뜩 양산한 국가와 대기업들은 그나마 쥐꼬리만큼 선발한 신입 직원들의 급여를 20% 상당 줄였다. 많은 기업들이 2분기 양호한 실적이 기대되고 있지만 아직도 위기라며 투자에는 눈길 한번 안준다. 하반기 채용 역시 불확실하기만 하다.
부유층에 대한 감세정책을 펴오던 정부는 최근 세수가 부족하다며 부가세를 늘리고 담배, 주류에 세금을 더 부가한다고 한다. 기업들은 환율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며 생필품 가격을 한껏 높였다. 환율은 떨어졌지만 생필품 가격은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일부 대기업과 부유층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는 듯 보이는 정부 정책과 제 몫 챙기기에 익숙한 대기업의 굼뜬 행보 속에 이래저래 서민들의 삶만 팍팍해져 간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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