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 |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버핏이 버크셔를 최고의 투자회사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가치투자'라는 기본 원칙을 고수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신뢰성있는 경영진이 이끄는 기업을 싸게 사들여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멍거는 명성이 높은 버핏의 그늘에 가려 거의 반세기 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데 대해 "버핏도 특별하고 나도 특별하다"며 "우리는 동반자로서 독특한 경영 방식을 추구해 왔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우리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한 어떤 기업도 우리의 노하우를 흉내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40여년간 버핏의 곁을 지키며 신뢰를 쌓아 온 멍거는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 이상의 투자 방식을 이끌어 냈다.
그는 "1930년대 이후 가치투자는 버크셔에 좋은 성과를 가져왔다"면서도 "지금은 수많은 기업들이 하나같이 이 같은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에 예전만큼의 효과를 보진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멍거가 보기에 가치투자는 여전히 버크셔의 성역이다. 그는 "가치 투자 전략은 매우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투자 방식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의 실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주목받는 최신 투자 방식만 따라가는 투자자들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버크셔는 투자방식뿐 아니라 기업문화 역시 독특하다고 멍거는 전했다. 여느 기업에나 있기 마련인 정기 회의가 없을 뿐 아니라 버핏의 일하는 방식 역시 개방적이고 때론 장난스럽다는 것이다.
멍거는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 법적으로 필요한 회의가 있다면 회의를 열겠지만 그 외에는 모두 임시 회의"라고 말했다.
또 버핏의 일하는 방식과 관련, "버핏이 사무실까지 탭댄스를 추면서 가자고 하는 것은 농담이 아니다"라면서 "사무실 문을 지날 때 그의 사기는 고양되며 나 또한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멍거는 또 버크셔가 80%의 지분을 보유한 웨스코파이낸셜이 버크셔의 자회사가 아닌 독립 법인으로 남아 있는 데 대해 버핏이 웨스코의 전 소유주인 캐스퍼 가문의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버핏은 웨스코 주가가 버크셔 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웨스코의 나머지 지분을 사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버핏은 버크셔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주식은 절대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멍거는 이런 이유로 매년 2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가고 있지만 개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멍거는 지난해 최악의 해를 맞이했던 버크셔를 되살린 버핏이 현재 투자자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그는 "과거 버핏이라면 결코 중국 자동차업체인 BYD에는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는 변했고 여전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멍거는 버핏처럼 버크셔 본사가 있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미시간대학교 출신으로 공군을 거쳐 2차 세계대전 후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1959년 오마하로 돌아온 그는 지인이 마련한 점심 자리에서 당시 젊은 투자 매니저였던 버핏을 처음 만났다. 멍거와 버핏은 순간 서로 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 만남은 평생 우정을 지속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멍거는 1960년대 초까지 동업자 4명과 함께 변호사업을 벌였고 상업 부동산 부문에서 파트타임 투자자로서 동시에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멍거는 버핏과의 관계가 무르익자 변호사업을 중단하고 투자자의 길로 들어선다.
멍거는 버핏과 일주일에 한번은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으며 여전히 서류와 책을 교환해 읽어보고 있다.
버핏도 멍거에 대한 두터운 신뢰감을 표시했다. 그는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멍거 부회장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결코 말다툼을 벌인 적이 없다"며 "멍거에게도 그의 행보를 존경하는 진정한 팬클럽이 생겼는데 나도 그 가운데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멍거 부회장을 이을 후계자는 없다"면서 "그와 같은 사람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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