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섣부른 '낙관신호'… 경기오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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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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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경제 상황 및 향후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긍정적 신호가 시장의 기대감을 부풀려 자칫 경제 상황에 대한 오판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 및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부터 경제가 바닥을 찍었으며 향후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내용의 긍정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설명회에서 "3분기와 4분기 모두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으로 '더블딥'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경기하강이 멈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발언에 이어 두달 연속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이다.

다만 이 총재는 '하반기 높은 성장을 이끌 힘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아직 대외 여건이 만만치 않다'는 등의 전제를 깔았다.

중앙은행 총재의 긍정적 발언은 더블 딥 우려 및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시장의 심리를 높이기 충분하다.

10일 열린 '2009년 하반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우리 경제에서 더블딥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아직 하반기 경기가 불확실하고, 미국 등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더뎌 한은의 긍정 신호가 다소 섣부른 것 아니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곽영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분석실장은 "현재는 경기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는 시점으로 부정확한 경기인식이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을 오도할 수 있다"면서 "경기 회복과정에서 실물경제의 자체적인 회복동력이 필요한데 아직 뚜렷한 대안이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평소 중앙은행으로서 경기 전망 등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온 한은이 최근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부처도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경기회복은) 착시 현상일 뿐"이라며 "전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이 1~2% 증가한 것을 두고 정책 전환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기관 성격상 재정부는 경기 침체기에 적극적인 재정 정책 및 시장 개입을 통해 경기 회복을 유도한다.
반면 한은은 기준금리 조정 등 통화정책으로 경기 과열 및 물가 상승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보수적인 성격을 띈다.

하지만 최근 한달새 모습을 보면 두 기관의 성격이 바뀐 모습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최근 경제가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해외 변수가 잔존해 섣부른 경기 판단은 자칫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13일 미국 20위권 은행인 CIT그룹이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지난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CIT그룹에 정부 보증채 발행을 승인하지 않자 유동성 문제가 부각된 것에서 비롯됐다.

CIT그룹의 파산보호 신청은 금융불안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불안이 아직 여전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와 미국 경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미국 경제가 여전히 불안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기는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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