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선두를 달리던 지은희(23.휠라코리아)는 세컨샷을 홀컵 6m에 붙였다.
뒤이은 버디 퍼팅은 거짓말처럼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숨죽이며 지켜보던 갤러리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미키 마우스' 지은희가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다. 지은희는 1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베슬리헴의 사우컨밸리 골프장 올드코스(파71.6천74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대회 마지막 날 18번홀(파4)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 먼저 경기를 끝내고 연장전을 기다리고 있던 캔디 쿵(대만)을 1타차로 따돌리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선두 크리스티 커(미국)에 2타차로 뒤진 채 마지막 4라운드를 시작한 지은희는 전반에만 보기 3개 버디 2개로 1타를 잃었다. 10번홀(파4)에서도 티샷과 세컨 샷이 연속 벙커에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범해 우승권에서 점점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지은희는 13번홀(파4)과 14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뒷심을 발휘했다.
13번홀 세컨 샷을 홀 50㎝ 옆에 붙이며 가볍게 버디를 낚은 지은희는 14번홀(파4)에서 20m나 되는 롱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뜨리며 공동 선두 그룹으로 뛰어 올랐다.
같은 챔피언조에서 경기하던 선두 커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지은희의 기세에 밀려 4타를 잃으며 우승권에서 한발 물러섰다. 지은희는 16번홀과 17번홀(파3)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마지막 홀을 버디로 마무리, 한 번 잡은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은희는 "10번 홀에서 더블보기 실수를 한 뒤 우승권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며 "이후 샷 감각이 살아났다. 마지막 홀에서는 파로 막겠다는 생각으로 퍼트했는데 들어갔다"며 기뻐했다.
2007년 조건부 출전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뛰어든 지은희는 지난 해 6월 웨그먼스LPGA대회 첫 우승으로 이름을 알렸고, 두 번 째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지은희는 작년 박인비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박세리(32), 김주연(28), 박인비(21.SK텔레콤)에 이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네 번 째 한국선수가 됐다. 태극낭자군단은 지난 6월말 웨그먼스대회의 신지애(21.미래에셋)를 시작으로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 클래식의 이은정(21)에 이어 3주 연속 우승, 시즌 통산 6승을 합작했다.
한때 공동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던 김인경(21.하나금융)은 마지막 홀에서 1타를 잃어 아쉽게 커와 공동 3위(2오버파 286타)에 그쳤다. 이밖에 최나연(22.SK텔레콤)과 배경은(25), 박희영(22.하나금융)도 공동 9위(5오버파 289타)에 올라 한국 선수 5명이 톱10에 진입했다.
윤용환 기자happyyh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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