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이나 정책자금으로 한계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단기 부동자금을 실물경제로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우량 중소기업만 선별 지원
은행권은 하반기 중소기업 대출 규모를 줄이되 대출 여력을 우량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활용키로 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도 중소기업 지원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분기 총액한도대출을 전분기와 같은 10조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총액한도대출은 한국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에 지원하는 자금이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자금 4조3000억원 가운데 75% 가량을 이미 상반기에 소진했다. 중기청이 추가 예산 확보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 하반기 지원 규모는 상반기의 4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보증 지원 규모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신용보증기금은 올해 보증 지원 목표치 17조원 중 12조원을 이미 시장에 풀었다. 기술보증기금도 전체 목표치 8조2000억원 가운데 5조7000억원을 상반기 중 공급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늘면서 자산 버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소기업 지원도 중요하지만 국민 경제를 고려하면 무작정 지원을 늘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계 중소기업에 대한 추가 여신 지원은 사실상 어렵다"며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인위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을 지시할 수 있지만 현재는 채권단이 설정하고 협의한대로 여신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민간 사모펀드 통한 지원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은행과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연말 경기가 다시 둔화되는 '더블딥' 우려가 커지고 있어 무분별한 중소기업 지원은 자칫 회복 조짐을 보이던 실물경제를 파탄으로 내몰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단기 부동자금을 실물경제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용식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한계 중소기업을 꼭 구제해야 하는지는 의문이지만 굳이 살린다면 사모펀드 조성을 통한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 조성에 대한 법적 구속이 있었지만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며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도 "한계 중소기업과 같은 좀비기업을 인위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민간 자금을 유치하면 이같은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캠코가 선박펀드를 만들었던 것처럼 '한계기업 시장'을 만들고 사모펀드를 조성해 지원에 나서는 방안이 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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