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EU 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드릭 라인펠트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가진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EU FTA 협상종결을 선언했다. 양국 정상은 한국과 EU의 FTA가 교역 증대와 성장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며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무역주의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스웨덴 총리는 EU가 맺는 FTA의 공식타결을 선언할 권한이 없지만 협상종결 선언은 사실상 타결된 것으로 간주돼 형식적 타결선언 없이 곧바로 법률검토에 들어가게 된다. 이 대통령은 "최종 협상문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친 후 조기에 가서명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서명은 이르면 9월, 공식서명은 내년 1~2월 경 이뤄지고 양측의 비준 절차를 거쳐 빠르면 내년 6~7월 경 협정이 공식 발효될 전망이다.
지난 2년 2개월을 끌어온 한·EU FTA 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우리나라 공산품은 관세 없이 세계 최대인 EU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아울러 EU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시장 범위를 한국시장으로 확대하게 돼 시장 환경과 업계 판도의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GDP 2% 이상 추가 성장 효과
업종별로 엇갈리는 희비에도 우리나라 전체 경제를 놓고 보면 한·EU FTA는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U는 국내총생산(GDP)이 16조6000억 달러(2007년 기준)로 미국(13조8000억 달러)보다 큰 세계 1위의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중국(1683억 달러) 다음으로 큰 교역 상대(984억 달러)로 무역수지도 가장 많은 184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는 시장이다. 한국에 대한 EU의 투자규모(63억3000만 달러)도 압도적이다.
지난해 유럽 코펜하겐연구소는 한·EU FTA가 체결되면 EU는 최대 43억 유로(실질 GDP의 0.05%), 한국은 최대 100억 유로(실질 GDP의 2.32%) 규모의 소비자 후생 증가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경제연구원도 한·EU FTA로 우리나라 GDP가 2∼3% 추가 성장하고 수출 물량 역시 2.5~5% 늘어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업계 웃고 화학ㆍ기계 울고
다만 한·EU FTA 협상 타결에 따른 업종별 명암은 엇갈릴 전망이다. 자동차와 가전업은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지만 기계와 화학업종은 고전할 것으로 업계는 점치고 있다.
중국에 이어 가장 큰 수출시장으로 꼽히는 EU의 빗장이 열리게 되면서 한국 완성차업계에는 장밋빛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상용차는 현재 22%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어 FTA 체결에 따른 가격 경쟁력 상승 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하지만 중대형차 위주인 유럽산 자동차의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전자업계는 현지 생산용 부품에 대한 관세 철폐로 일본, 대만 등과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이 많이 수출되고 있어 가격 인하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반면 화학, 기계, 제약업종은 EU에 대한 수입적자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국내 고가 화장품은 유럽 명품제품들과 본격적인 가격경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EU FTA, 한·미 FTA보다 효과 커"
한·EU FTA가 한·미 FTA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종규 수석연구원은 이날 '한·EU FTA의 주요 타결 내용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EU FTA는 한·미 FTA보다 경제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한·EU FTA가 맺어지면 GDP 및 (GDP 대비) 후생증가가 3.08%와 2.45%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한·미 FTA는 GDP를 1.28%, 후생을 0.56%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EU FTA가 한·미 FTA에 비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또 한국은 자동차, 기계, 무선통신기기, 선박, TV 등 공산품 수출이 늘어 EU 내 시장점유율을 3.9%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서비스, 의료, 화장품, 정밀화학 등에서는 EU로부터의 수입이 확대되고 있어 미국과 일본 수입품에 대한 대체 효과와 경쟁력이 취약한 업종의 산업구조가 선진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이 연구원은 내다봤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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