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I자형 인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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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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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조직을 팀 단위로 나눠 운영해온 지도 꽤 오래됐다. 소규모 인원으로 구성된 팀은 조직 체계가 단순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인식이 호응을 얻은 탓이다. 실제로 팀원들은 저마다 보유한 역량들을 한 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왔다.

팀 중심의 조직이 요구해 온 인재상은 이른바 'T자'형 인재다. T자의 세로선은 능력의 깊이를, 가로선은 그 폭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폭넓은 일반지식과 뛰어난 핵심역량으로 무장한 이들이 한 데 뭉쳤을 때 팀의 효율성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빌 벅스톤 마이크로소프트(MS) 수석연구원은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에 기고한 글에서 혁신을 위해서는 'T자'형 인재보다는 'I자'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벅스톤은 현재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팀에는 팀원만 있을 뿐 나(I)라는 존재는 없다고 지적한다. T자형 인재들이 모이면 가로선이 확장돼 지식의 범위가 넓어지고 핵심역량이 다양해져 해결하지 못 할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였지만 여러 개의 T자가 서로 겹쳐 팀원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벅스톤은 MS도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마다 최소한 세가지 핵심역량을 지닌 T자형 인재를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BXT'로 불리는 이들의 핵심역량은 사업(Business)과 기술(Tchnology), 경험(eXperience)이다. MS는 상호 독립적인 이 세 가지 역량을 기둥 삼아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벅스톤이 보기에 MS의 T자형 인재 활용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T자형 인재들이 추상적인 전략 수립에는 능하지만 현실 감각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벅스톤은 'I자'형 인재가 기업의 혁신을 이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I자' 모양 그대로 위로는 불투명한 구름 속에 머리를 집어 넣어 비전을 제시하고 아래로는 현실 세계에 두 발을 깊숙히 뿌리 박아 전략을 실천할 수 있다.

I자형 인재들은 T자형 인재가 가진 핵심 역량도 가지고 있는 데다 '할 수 있다(can do)'와 '이미 해 봤다(have done)'라는 자신감도 충만하다고 벅스톤은 설명한다.

그는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 I자형 인재들을 한 데 모아 새로운 프로젝트팀을 구성한다면 그야말로 무적함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벅스톤은 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진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적인 의사소통으로 신속한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벅스톤은 그러나 I자형 인재들은 개성이 강해 통합하기가 쉽지 않다며 I자형 인재로 팀을 구성할 때 감안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귀띔했다.

그는 우선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인재들을 선발하라고 조언했다. 이미 각 부서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이들이라면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소화할 수 없는 부문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구성원을 만났을 때 자극을 받아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팔방미인을 뽑을 필요는 없기 때문에 보편적인 지식을 갖춘 인재와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인재를 구분할 필요도 있다.

또 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능력을 열거한 후 그 분야에 정통한 인재를 짝짓기해야 인재 선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벅스톤은 지적했다. 개개인의 능력과 팀이 필요로 하는 역량이 어긋나면 처음부터 팀을 다시 짜라고 그는 덧붙였다.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팀의 성과를 높이려면 대화와 타협을 통한 끊임없는 교차점검이 필요한 데 독불장군은 이 과정에서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밖에 벅스톤은 T자형 인재의 뛰어난 전략 수립 능력과 I자형의 수행 능력을 고루 겸비한 인재를 찾아야 하며 기업이 처한 다양한 상황에 맞춰 자신의 다양한 역량을 선별해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최고의 인재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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