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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웰치 전 GE 회장 |
물론 웰치의 주장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의 주장은 집안 일과 바깥 일을 두루 잘하는 '슈퍼우먼'의 활약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말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 주최 연례 콘퍼런스에서 웰치는 "일과 생활의 균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과 생활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그에 따른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정에 집착하다가는 승진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웰치는 "아처다니엘스미들랜드나 듀폰의 최고위직에 오른 여성들을 잘 알고 있다"며 "이들은 심지 곧게 경력을 쌓아올렸다"고 말했다. 미국 곡물가공업체인 아처대니얼스의 패트리셔 워츠와 듀폰의 엘렌 쿨먼은 펩시콜라의 인드라 누이, 야후의 캐롤 바츠 등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웰치는 "더 많은 여성들이 보다 빨리 기업 고위직에 오르길 바란다"며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겠지만 선택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충분히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삶도 멋진 인생이 될 수 있지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 적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웰치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적지 않다. 일과 가정 가운데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네덜란드 출판기업 볼터스클루버의 CEO인 낸시 맥킨스트리가 산증인이다. 그는 육아를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모두 6개월 가량 휴직했지만 지난 2003년 볼스터 사상 최초의 여성 CEO로 등극했다. 미국인인 맥킨스트리는 볼스터 최초의 비네덜란드계 CEO이기도 하다.
여성 직장인이라면 육아를 위해 2년쯤은 휴직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게 맥킨스트리의 주장이다. 그는 다만 여성이든 남성이든 한 조직의 최고 자리에 오르려면 희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맥킨스트리는 "나의 직장이나 가정 생활은 모두 성공적이었다"며 "중요한 것은 일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부창부수라고, 마취 전문의인 맥킨스트리의 남편도 시간을 쪼개 직장이 있는 뉴욕과 보금자리가 있는 네덜란드를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퍼런스에서는 웰치의 주장에 대한 설왕설래가 계속됐다. 세계 2위 인적자원 관리업체인 란트스타드홀딩스의 자회사인 어카운트인터내셔널의 샌드라 브랭건 부사장은 "사람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게 되면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며 직장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에만 매진하라는 웰치의 주장을 옹호했다.
기업 임원 전문 헤드헌팅업체 콘/페리인터내셔널의 킴 루일 부사장 역시 "웰치의 주장은 매우 현실적"이라며 "어려운 선택을 하지 않으면 CEO룸을 차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웰치의 주장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쇄도했다. 컨설팅업체 탤런트스마트의 트래비스 브래드베리 사장은 "웰치의 주장은 고리타분한 얘기"라며 "최근 여성들은 직장에서 사다리의 여러 단을 오르고 나서 아이를 갖으려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은 아이를 낳고 다시 일터로 복귀해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여성들은 가정과 직장에서 동시에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목표 달성 방법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앨리스 린데나워 SEI인베스트먼트 인력개발 및 전략기획 부문 대표도 웰치의 주장이 구시대적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더 나아가 웰치의 발언이 콘퍼런스 참석자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해 나온 억지 주장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린데나워는 고용주들이 우선순위를 매기며 갈수록 다양해지는 직원들의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여성 직장인이 승진에서 밀리는 이유는 전통적인 성차별 탓이 아니라 가정생활에 따른 업무시간 부족이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시카고대와 하버드대 공동 연구팀은 지난 1990~2006년 사이 미국 시카고 소재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이수한 민간기업 및 금융권 종사자들의 승진 추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급여와 직위 등에서 남성 동료와 똑같이 출발하지만 분만과 출산휴가 등을 거치며 남성보다 뒤쳐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BA 과정 이수 10년 후 남녀간 근무시간 격차는 약 6개월 정도로 벌어졌고 여성들의 연봉은 첫 아이 출산 이후 2년간 4만5000 달러 가량 줄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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