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미디어법 직권상정 수순…여야, 물리적 충돌 우려
여야가 15일 국회 본회의장을 동시에 점거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오는 24일까진 미디어법ㆍ비정규직법 직권상정을 둘러싼 점거농성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2개 주요 쟁점법안들의 직권상정 수순을 밟겠다는 반면 민주당은 이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각오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감행한다 해도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24일께나 할 것으로 보여 이같은 대치는 일주일 이상 이어질 전망이다.
여야가 당초 본회의 산회 직후 동시퇴장하자는 ‘신사협정’을 이날 모두 깨면서 상호불신만 확인한 셈이 됐다. 또 이 같은 촌극은 일찍부터 예고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앞서 열린 의원총회를 통해 각각 상대당의 본회의장 점거 내지 농성에 맞불을 놓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일촉즉발 상태서 열린 본회의에서는 김 의장의 예고대로 레바논 파병안 등 쟁점법안과 상관없는 안건들이 통과됐지만 여야 간 불꽃 튀는 신경전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특히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이 25일까지 단독국회를 마감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언론악법’의 직권상정과 강행처리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성토했다.
또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경제살리기와 무관하고 정치적 파국을 몰고 올 언론법을 처리하지 않는 것도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자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그만하라”며 탁자를 내려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의장이 ‘여야대화’를 강조하면서 당분간 직권상정은 없을 전망이나 임시국회 일정이 끝나는 24일까진 국회파행이 이어질 조짐이다.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염두에 둔 눈치작전이 심화되면서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산회 직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국회 정상화 문제를 협의했으나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이날 전체회의가 예정됐던 문방위도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만 안 한다고 약속해 달라”며 회의장 입구를 의자로 막는 바람에 개최가 무산됐다.
이에 문방위 고흥길(한나라당) 위원장은 당초 미디어법 논의기간을 15일까지로 정한 것을 17일까지로 연장했으나 “법사위 심사 등 절차도 있는 만큼 그 이상을 넘길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사실상 17일까지 미디어법에 대한 상임위 단독의결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본회의장 점거도 여야 모두 조까지 짜서 자리를 지키는 등 쉽게 풀 기미가 없다.
이에 따라 6월 임시국회 향방의 열쇠는 김 의장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는 이날 “과감한 양보, 극적인 타결을 이루는 국회를 만들어 보자”며 쟁점법안의 여야합의를 촉구했다.
그러나 국회 핵심 관계자는 “임시국회 마지막날쯤 국회의장의 모종의 결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직권상정 가능성을 점쳤다.
아주경제=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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