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 등 통신업계 수장들을 불러모아놓고 “통신사업자의 투자는 활발하지 않은데 마케팅 경쟁은 과열됐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소모적인 마케팅 전쟁 대신 서비스 개선을 통한 건전한 시장경쟁 환경을 조성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각 사 대표들은 마케팅 출혈 경쟁이 제 살 깎아먹기라는 데 공감하면서 ‘자의반 타의반’ 휴대폰 보조금에 쓰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요금을 내리는 등 서비스 품질 개선에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수장들 간 약속을 하고 보름이 지난 현재, 이들의 눈치 싸움과 과열 마케팅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또 다른 감정싸움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SK텔레콤은 KT와 LG텔레콤보다 보조금 인하를 이틀 늦게 적용하면서 막판 가입자 뺏어오기에 성공했다.
시중 대리점에서는 여전히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보조금을 끼고 있는 공짜폰과 마이너스폰이 난무하고 있다. 요금 할인에 대한 얘기도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된 게 없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대답만 들려올 뿐이다.
실제로 1인당 기본료를 1000원씩만 깎아도 이통 3사는 연간 5600억 원의 매출 감소를 감안해야 한다. 보조금 지급을 줄여 이를 상쇄한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용자들이 느끼는 요금 할인 혜택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입자 수는 감소하게 되고 이통사들은 단기적인 수익 저하를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놀랄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몇 번씩 사업자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흐지부지 됐었던 적이 많았다”며 “이번에도 마케팅 경쟁 자제, 요금 인하에 대한 합의가 구두일 뿐 문서화 된 게 아니어서 실효성이 있을 지 반신반의했다"고 말했다.
시장 자율 경쟁으로 서비스 개선과 건전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했던 것은 아직까지 무리인 듯 하다.
정부의 규제 외에도 근본적인 대책마련과 이통사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이 있지 않는 한 이통사들의 제 살 깎아먹기 경쟁에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 김영리 기자 miracl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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