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부실채권(NPL)을 처리해 줄 것으로 기대됐던 민간 배드뱅크가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외환은행의 민간 배드뱅크 불참이 확실해짐에 따라 설립 시기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또 하반기 NPL이 외국계자본을 중심으로 처리될 전망이라 배드뱅크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낼 지 의문도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에 막혀 민간 배드뱅크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외환은행의 참여 불발로 민간 배드뱅크에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농협중앙회 등 6개 은행이 출자하게 됐다.
문제는 6개 은행이 균등하게 출자를 할 경우 15% 이상 지분을 갖게 돼 민간 배드뱅크를 자회사로 두게 된다. 이럴 경우 배드뱅크가 비연결 자회사로 분류돼 출자분 만큼 은행의 자기자본이 차감,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이달 중으로 맺기로 한 민간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은행 간 양해각서(MOU) 체결도 기약없이 미뤄졌다.
최초 4월 설립을 목표로 했던 민간 배드뱅크 설립안은 은행 간 협의 부진과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출자 문제로 9월로 연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은행 간 출자 문제로 또 다시 미뤄지게 된 것이다.
이에 민간 배드뱅크 설립 가능성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간 배드뱅크에 참여하기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처음 배드뱅크 설립안이 나왔을 때 어느 한 은행이라도 출자를 못 하면 설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퍼져 있었다"며 "자회사 편입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참여를 결정한 시중은행들의 입장이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식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금융 업권 중 하나인 배드뱅크를 시장논리를 배제하고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현재 경제 상황서 민간 배드뱅크 설립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 배드뱅크의 역할론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NPL이 상반기 외국계 자본을 통해 순조롭게 처리됐고, 이 같은 움직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예상되는 NPL 규모는 5조3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오릭스캐피털, 스탠다드차타드, 맥쿼리, 크레티움캐피털, 글로벌 에셋 리서치 등 주요 해외금융기관들이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이날부터 4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본격적인 NPL 처리를 시작했다.
그 밖에 우리F&I가 우리은행의 NPL을 소화해 주는 등 각 금융지주사들도 지주사 차원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 연구원은 "굳이 민간 배드뱅크를 만들어 NPL을 처리할 것이 아니라 현재 캠코를 비롯한 개별은행들이 하고 있는 대로 놔두는 것이 옳다"면서 "경제 위기가 끝나면 캠코를 민영화하고 여러 NPL 처리 전문 회사를 키우는 것이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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