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게이건 영국 HSBC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게이건 CEO는 지난 15일 오후 청와대를 예방해 20여분간 이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 게이건 CEO는 이달 14~16일 서울에서 열린 그룹 최고 경영진회의 주재차 한국을 방문했었다.
HSBC 관계자는 "이 대통령을 예방해 간단한 인사 등을 나눴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HSBC 그룹 CEO의 이런 행보에 대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때마침 국내 금융권에서도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외환은행을 인수 의사를 잇달아 밝히면서 외환은행 매각 문제가 다시 물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HSBC는 2007년 외환은행의 지분 51.02%를 60억1천800만 달러(약 6조 원)에 인수하기로 론스타와 계약을 맺었으나, 가격 재협상 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지난해 9월 일방적으로 인수 계약을 파기한 바 있다.
HSBC는 이외에도 1998년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1999년 서울은행, 2003년 한미은행, 2005년 제일은행 등 국내 은행 인수전에 잇따라 뛰어들었다가 정보만 빼낸 채 막판에 인수를 포기해 한국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상황이다.
따라서 HSBC가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려고 슬며시 사전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HSBC 측은 "지난해 9월 론스타와 계약을 종결한 이후 진척되고 있는 상황은 없다"면서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그룹 최고 경영진 회의도 한국 관련 사안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전략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도 "HSBC그룹 CEO가 청와대를 방문한 것은 단순한 예방 차원이지, 외환은행 인수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HSBC그룹의 최고 경영진 회의는 일 년에 서너 차례씩 영국 런던과 다른 국가에서 돌아가면서 열리지만, 서울에서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의에는 게이건 CEO와 샌디 플록하트 아태지역 CEO 등 최고위급 경영진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지난 15일에는 한국 거래 기업 CEO를 초청해 리셉션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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