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9년 상반기 북한경제 동향 보고서'를 통해 "현재 북한이 당면한 어려움은 핵위기와 김일성 주석 사망이 겹친 1994년에 비교할 정도인 것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KDI는 "과거 북핵 문제는 북한의 핵 불능화에 초점이 모였지만 이제는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주장하는 북한과 이를 용인하지 않는 5개국들의 입장이 정면 충돌한 상황이어서 돌파구 마련이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1994년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및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같은 극적인 상황반전이 재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문제를 국내 정치 목적에 이용하는 점도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KDI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악화에 따른 권력승계 문제, 핵 문제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올해 북한 경제가 상반기뿐 아니라 하반기에도 매우 어려운 국면에 이를 것으로 우려했다.
KDI는 "현재 북한경제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며 경색된 남북관계도 상품교역이나 위탁가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그 부담이 모두 일반 주민에게 이전돼 상황이 장기화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올 상반기 북한 경제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으로 북한 당국의 경제운용 기조 보수화와 경제의 양극화를 꼽았다.
KDI는 "북한 당국은 천리마 정신이나 150일 전투와 같은 과거의 집단주의 강제노력 동원 캠페인을 재개함으로써 주민들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을 강화하고 동원할 수 있는 내부 자원의 규모를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북한 당국이 집중했던 분야는 평양의 거리 새 단장 사업과 같은 건설 분야와 농업 분야였으나 사실상 경제적인 효과는 없었다고 KDI는 비판했다.
KDI는 "평양의 언론매체들이 올 상반기 북한의 산업활동이 매우 양호하다고 발표하고 북한 방문자들도 경기침체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면서 "이는 북한 당국이 인위적으로 국내의 계획 부문에 상당 규모의 자원을 투입해 경기침체를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주민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들면서 생필품을 제대로 사지 못하기 때문에 곡물을 비롯한 주요 상품의 시장 가격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지난해 이후 가시화된 평양과 비평양 사이의 양극화 현상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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