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남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남자(man)와 경기침체(recession)의 합성어인 '맨세션(mancession)'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비용절감에 나선 기업들이 잇따라 감원에 나서면서 일자리를 잃은 남자들의 한탄이 이 단어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러나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남자들이 호들갑을 떨고는 있지만 경기침체에 더 취약한 건 여자들이라며 맨세션이라는 단어의 이면을 지적했다.
맨세션은 원래 남성과 여성의 실업률 격차를 의미했다. 여성보다 남성들의 사회생활이 더 활발했던 만큼 경기침체로 인한 감원 대상이 대개 남자였던 탓이다. 이후 경기침체가 심화하면서 맨세션은 '마초의 죽음' 정도로 의미가 확장돼 힘 빠진 남성의 대명사가 됐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남성과 여성의 실업률 격차는 2.5%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남성 노동자 비율이 70~85%에 달하는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서 대규모 감원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고 여성들의 상황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여성들은 여전히 불완전 취업 상태에서 남성보다 못한 임금을 받고 있다. 미국진보센터(CAP)는 남성보다 여성들이 실직으로부터 받는 고통은 덜하지만 여성들의 수입은 여전히 남성들의 78%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남성이 1 달러를 벌 때 여성의 수입은 78 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근로 환경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대체로 보험 및 연금 관리 계획이 취약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하이디 하트만 미 여성정책연구재단(IWPR) 대표는 "여성의 수입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여성들은 위험이 적고 안정적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맨세션이 여성들에게 고용시장의 돌파구를 열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맨세션으로 공석이 된 남성들의 자리를 여성들이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남성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인력을 들일 수 있고 여성들은 하이테크와 금융 등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분야로 진출하는 기회가 마련되는 셈이다.
뉴스위크는 맨세션이 공평한 가사분담을 촉진하는 효과도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여성이 바깥 일을 보는 사이 실직한 남편이 자녀 돌보기를 비롯해 세탁, 청소, 장보기 등 집안 일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흔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사분담 효과가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가사분담에 적극적이던 남성들도 경기가 회복되면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불황기를 근거로 남성들이 경기회복과 함께 수입이 더욱 많은 직장으로 복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수입이 많은 만큼 가사를 분담할 시간은 적어질 게 뻔하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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