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국회 본회의장 점거사태가 장기화되면서 6월 임시국회가 마무리되는 이번 주 내 미디어법·비정규직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국회의장 직권상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여야가 19일 오전 10시까지 물리적 행동을 취하지 말자는 ‘신사협정’을 깨고 한때 의장석 점거가 이뤄지는 등 합의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수순 밟기에 나섰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협상이 되든 안 되든 20일 미디어법을 표결처리 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의원 70여명은 이날 오전 한때 의장석 주변을 기습점거, 민주당과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앞서 ‘자정까지 의장석을 점거하지 않는다’는 신사협정을 깬 것이다.
이후 쟁점법안 합의를 위한 여야 간 물밑협상이 자정까지 이어졌으나 끝내 무산, 직권상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원내대표는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건의했고 김 의장도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직권상정을 위해 김 의장이나 한나라당이 의장석을 점거하는 것을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디어법도 한나라당이 메이저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종합편성채널의 진입을 허용하는 한 법안처리는 물론 합의도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유은혜 부대변인은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언론악법’ 직권상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한나라당은 오만한 의회독재 정당”이라며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수의 폭력에 온몸으로 맞설 것”이라고 이후에도 의장석을 사수할 것을 천명했다.
여야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본회의장 점거를 이어가면서 25일 내 김 의장이 모종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도 “네잎 클로버 찾는답시고 화단 다 망친다”며 여야합의와 본회의장 점거 해제를 촉구했으나 끝내 무산되면서 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다.
국회 한 고위관계자는 “의장이 시한부 회기 연장이란 마지막 카드까지 사용했으나 사실상 기능정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제 국회 기능회복을 위해 비상대권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에 대한 개별 논의도 쉽지 않다. 미디어법은 민주당의 보이콧이 계속이어지자 한나라당은 “더 이상 문방위 소집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비정규직법에 대한 여야3당 논의도 원점만 맴돌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 의장이 의회를 강단 있고 운영하기보다는 이미지 관리에만 너무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실제로 김 의장은 주말 동안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공관에 머물면서 미디어법 직권상정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의견 수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디어법의 심사기일 지정을 통한 직권상정 시기는 오는 23∼24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강력 저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패할 경우를 생각해 직권상정이 22일~23일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아주경제=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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