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썬마이로시스템즈가 구축 중인 현대해상 차세대시스템이 표류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당초 지난 2월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이후 4차례나 연기된 상태다. 당시 현대해상은 정보계시스템만 가동이 이뤄졌고 계정계 시스템 가동은 5월로 미뤄졌다. 하지만 5월에 이어 6월 15일에도 가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 15일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급하게 서둘러서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스템을 완벽하게 점검한 후 가동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현대해상의 입장”이라며 “내부의 자체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일을 반드시 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해상 측이 정확한 가동 일자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현대해상 차세대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주사업자인 한국썬이 한국오라클과 합병하면서 인력이 대거 빠져나간 점을 가동 연기의 주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 썬과 오라클의 합병이 발표된 직후 한국썬이 100명이 넘는 인력을 구조조정하면서 현대해상 차세대 프로젝트도 큰 타격을 받았다”며 “당시 현대해상에 투입됐던 썬 인력이 대거 빠져나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썬이 국내 금융권 IT시스템을 구축한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IT개발자는 “금융 IT시스템은 상당한 구축 노하우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데 한국썬은 이 분야의 경험이 일천하다”며 “한국썬이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초기부터 너무 무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고 말했다.
현대해상 차세대시스템은 본래 한국IBM이 수주를 했었지만 금액에 이견이 생기면서 한국썬으로 주사업자가 교체됐었다. 프로젝트 금액이 축소되면서 처음부터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던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해상이 시스템 설계를 자주 변경하는 등 개발에 일관성이 없었다”며 “일원화된 프로세스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도 가동연기의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이상균 기자 philip168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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