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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미국 뉴욕에 자리한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본사. |
미국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깜짝 실적으로 전세계 금융권을 놀라게 했다. 금융위기로 생존을 위협받던 이 회사가 2분기 대규모 순이익을 내자 IB 부활에 대한 조심스러운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 진앙으로 지목돼 온 미국계 IB 실적호전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많다. 이번 위기를 초래한 비정상적 영업행태를 고치지 않는다면 언제든 금융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IB시장 지각변동 예고=월가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골드만삭스는 세계 IB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최후 승자가 금융산업 재편에 따른 수혜를 독식하며 막강한 힘을 쥘 것이기 때문이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분기 골드만삭스는 전년동기대비 60% 증가한 34억4000만 달러 순이익을 달성했다. 주당 순이익은 4.93 달러로 당초 예상했던 3.54 달러보다 1.39 달러나 많았다.
이런 실적 강세는 금융시장 혼란에도 공격적인 IB 영업을 지속해 온 덕분이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2분기 투자손실한도를 2억4500만 달러로 늘려 1999년 상장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위험 감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투자손실한도는 돌발 악재로 발생할 수 있는 하루 최대 예상 손실액을 나타낸다. 투자손실한도가 커지면 위험 선호도도 그만큼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격적 영업이 주효한 덕분에 골드만삭스는 정부로부터 받은 100억 달러 규모 구제자금을 조기 상환하는 자심감도 보였다.
이는 시장 신뢰도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2018년 만기로 발행한 32억 달러 규모 선순위 무담보채권과 미국채 간 금리 스프레드는 3월 말 4.72%포인트에서 현재 2.68%포인트로 좁혀졌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경제 전반에 난제가 여전하다"면서도 "금융시장 여건 개선과 탄탄한 고객 기반 덕분에 2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IB 실적개선은 나쁜 소식"=실적개선에 성공한 골드만삭스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구제자금까지 받았던 회사가 깜짝 실적으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맞먹는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한 탓이다.
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최근 뉴욕타임스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골드만삭스가 어닝서프라이즈를 실현한 것은 이 회사 임직원에게 좋은 소식이지만 대부분 사람에겐 나쁜 소식"이라며 보너스 지급 결정을 질타했다.
크루그먼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비정상적 영업행태를 개선하지 않은 채 거둔 실적 호전은 다른 사람 돈을 빼앗는 사기극"이라며 "이는 더욱 심각한 금융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이 나면 스스로 챙기고 손해가 나면 책임을 미루는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가 하반기까지 실적 강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도 미지수다.
가장 부담스러운 점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 손실. 상업용 모기지 연계 증권과 채권 가치가 반토막으로 떨어진 것이다.
상업용 모기지 연계 자산은 통상 시가평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잠재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바클레이즈캐피털은 골드만삭스에 대해 상업용 모기지와 부동산을 합쳐 12억 달러 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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