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잡지 라디오 TV로 상징되는 전통 미디어산업이 위기에 몰렸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등장한 '뉴 미디어'의 도전이 만만치 않은 데다 기업들이 광고예산을 대폭 줄인 데 따른 충격이 큰 탓이다.
전통 미디어의 몰락을 지켜보는 기업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마음도 편치 않다. 지난 수십년간 대중과의 접촉면을 제공해 준 게 전통 미디어였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전통 미디어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된 CMO들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찾아나서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이를 'CMO의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대중매체' 없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CMO의 곤란한 처지를 빚댄 말이다.
CMO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위기에 처한 올드 미디어가 상당 기간 영향력과 효율성, 속도 면에서 뉴 미디어를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순히 뉴 미디어로 마케팅 채널을 옮기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CMO에겐 선택의 문제가 가장 큰 부담으로 남는다. 그는 예산을 어떻게 어디에 할당할 지 결정해야 한다. 과거에는 신문과 잡지 라디오 TV 등 4대 매체를 일컫는 ATL(Above The Line)과 이벤트와 전시 다이렉트메일(DM) 전송 등의 활동을 포함하는 BTL(Below The Line)을 구분하면 그만이었다. ATL은 수많은 대중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BTL은 맞춤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지금은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특히 ATL 마케팅 대상이 뉴 미디어까지 확대되면서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 중 한 쪽을 선택하는 것도 벅찬 일이 됐다.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는 나름대로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 매체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올드 미디어의 파괴력은 여전하다. 일례로 미국 폭스TV가 방영하고 있는 신인가수 발굴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의 경우 매시즌 피날레 방송 시청자만 2000만명이 넘는다. 이에 비하면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의 동영상 조회 건수는 세발의 피 수준이다.
데이비드 카 뉴욕타임스(NYT) 미디어 칼럼니스트는 "시청자들이 분산되면서 TV의 비중이 축소되고 있지만 TV는 여전히 영향력이 가장 크다"며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마케팅 전략을 갖추고 있다는 애플도 TV 광고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뉴 미디어의 부상을 모른 척할 수도 없다. 인터넷 공룡기업 구글은 지난해 전 세계 온라인 검색 광고시장에서 200억 달러를 긁어모았다. 이는 같은해 미국 신문업계 광고 매출의 150% 달하는 액수다. 온라인 검색 광고는 대중 매체 광고와는 달리 타깃 고객층에게 특화된 광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다.
BCG는 아직 올드 미디어의 대안이 마련될 정도의 극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올드 미디어만큼 많은 대중을 상대할 수 있는 미디어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BCG는 올드 미디어로 투입되던 광고 예산의 상당액이 대중 접촉면이 넓은 새 미디어로 옮겨지는 순간 CMO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도전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전환시점과 새로운 매체의 유형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불확실성 앞에 CMO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거나 과거를 답습할 수는 없는 일이다. BCG는 불확실성이 클 수록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를 활용할 타깃 고객층은 누구인가,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마케팅의 성공 여부는 어떻게 가늠할 것인가 등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라고 조언했다. 또 각각의 마케팅 채널의 가치를 측정해 예산을 배분하는 방법과 광고 에이전시 등 협력사와의 공조 문제, 미래 미디어 환경의 변화상 등에 대해 고민해 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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