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인사이드)日 총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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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2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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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의원이 21일 해산돼 일본 정치권이 사실상 정권교체를 가름하는 총선거전에 돌입했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이날 중의원을 해산하고 '8월30일 총선거' 실시 방침을 밝혔다.

현재 제1야당인 민주당은 총선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지난 12일 도쿄도의회 선거 압승까지 지방선거에서 6연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내달 치러지는 선거에서 자민당이 지면 일본에선 2차대전 후 선거에 의한 사실상 첫 정권 교체가 된다. 이는 일본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일본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1955년부터 일본은 자민당이 지속적으로 집권하고 있다. 물론 자민당이 절대 과반을 얻지 못할 때에는 다른 정당의 도움을 받아 (지금은 '공명당'과 연립 여당을 구성하고 있다) 54년째 집권하고 있다.

물론 90년대 초반에 잠깐 자민당이 정권을 내주기도 했으나 불과 9개월이었고, 그것도 선거가 아닌 국회의원들의 이합집산으로 인한 것이어서, 진정한 정권교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20일 발표된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차기 정권으로 적합한 정당'으로 민주당을 선택한 비율이 56%나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참으로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자민당이 야당으로 전락할 처지에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오랜 여당의 한계를 못 벗어나고 긴장감 없이 나태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민심이반을 불러왔다.

특히 경제위기에 대처함에 있어 자민당의 정책은 이전과 같이 땜질식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 같은 임기응변식 정책은 국민에게 호응을 얻기보다는 자민당은 정책 비전이 없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자초했다.

여기에 경기부양에 세금을 쏟아 붓고도 쓸데없는 데 쓰는 바람에 선진국 중에서 가장 경기회복이 늦고, 정부의 연금관리 부실로 인해 미래가 더 불안해진 게 일본인들의 표심을 좌우했다는 지적이다.

물론 선거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고 한다. 총선까지는 40일이 남았기 때문에 판세가 뒤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이 일본 경제가 갑자기 좋아질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 보인다.

이 같은 일본 정치판도 변화는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도 지금처럼 무능력, 무소신, 무책임, 무대책으로 일관한다면 자민당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부터 적극적인 리더십과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 서민·민생 안정, 실용, 중도 강화를 말로만 외쳐서는 안 된다. 국민 가슴에 와 닿는 비전을 제시한 뒤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한나라당도 비정규직법 및 미디어 관련법 등 각종 민생법안을 하루빨리 처리,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여당이자 국회의석의 과반을 훨씬 넘는 170석의 다수당이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느라 각종 법안 처리를 못 하는 것은 사실상 책임회피라 할 수 있다.

자민당이 내달 총선에서 정권을 잃는다면 민심의 무서움과 함께 경제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국민들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해주는 게 정치'라는 진리는 한국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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