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신탁·우체국의 예금과 대출이 빠른 속도로 동반 감소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해소되고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며 보다 금리가 높은 쪽으로 머니무브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자본 흐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발생한 금융 시장의 변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우체국 예금 잔액은 43조9575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1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로도 3조원 이상 줄며 기조적 하락세를 유지했다.
3월 위기설이 제기됐던 지난 2, 3월에는 소폭 증가했지만, 1월과 4월에는 각각 2조6000억원, 1조6000억원 감소했다.
우체국예금은 정부가 예금을 전액 보호해 자금 안정성이 뛰어나다. 때문에 금융 시장이 불안할 때 일수록 인기가 높다. 하지만 금리수준이 높지 않아 경제 상승기에는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최근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관측이 높아지고, 증시가 안정을 되찾음에 따라 우체국에 몰렸던 예금이 여타 금융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체국예금이 시중은행 예금 상품과 비교해도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지만 예금이 줄고 있다"면서 "이는 금융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부동산, 주식, 펀드 등으로 이탈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융기관으로서 우체국의 장점이 상실됐다고 보고,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 회복 조짐으로 시중 자금이 증시 등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머니마켓펀드(MMF), CMA 등 입출금이 자유롭고,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며 안정성까지 보장된 금융 상품으로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MMF 등의 부상으로 우체국예금의 장점인 예금 안전성도 의미가 크게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융상품이 다양해 지고 안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우체국 예금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면서 "앞으로 금융업권 간 교류 및 상품 개발이 활발해지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신탁·우체국의 가계대출 추이도 가파른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신탁·우체국 대출은 지난해 말 2조5249억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올 들어 하락 반전한 뒤 2월 2조731억원, 3월 1조9941억원, 4월 1조8179억원, 5월 1조7748억원으로 매월 10% 정도의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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