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헷갈리는 '졸음형 경청'…토론 뒤 '서바이벌 청와대 퀴즈'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통상적인 회의는 국무회의, 수석비서관 회의 등이다. 이때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발언시 눈을 감고 듣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배석자들은 간혹 격무에 시달리는 대통령이 공식회의 석상에서 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찔함을 느끼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그는 절대 잠들지 않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21일 “장관들이나 관계부처에서 이 대통령에게 사안을 보고할 때 대통령은 항상 눈을 감고 듣는 스타일”이라며 “그러나 절대 자는 것이 아니고 보고가 끝나는 동시에 지침이 떨어지는 등 고도의 집중력을 가진 소유자”이라고 평했다.
이런 이 대통령의 ‘졸음형(?) 경청’은 ‘청계천 신화’를 일궈낸 서울시장 재직시절부터 시작된 오랜 습관이라는 게 최측근들의 전언이다.
청계천 복원 사업을 시작할 시 하루가 멀다하고 회의의 연속이었다고 측근들은 회고한다. 하루는 도시계획국장이 사업경과 보고하는 내내 대통령이 눈을 감고 있어 배석자들은 모두 이 대통령이 졸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이 대통령은 국장의 보고가 끝나자마자 눈을 바로 뜨고 세부지침을 그 자리에서 조목조목 지시해 배석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눈을 감고 있을 때, 보고를 조기에 중단하거나 충실하게 하지 않을 경우 직격탄이 날라온다는 게 관계부처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업무보고 당시 경제관련 부처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던 중 이 대통령이 졸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보고를 잠시 중단했다”며 “그러자 이 대통령의 ‘왜 그만 하느냐. 계속하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넥타이는 그날 회의의 분위기를 미리 짐작케 해주는 기능을 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2월25일 이 대통령읕 본관으로 출근하면서 1년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때 맸던 옅은 옥색 넥타이를 맸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저녁 만찬을 겸한 국무회의가 개최되면서 이 후 매월 마지막주에 열리는 국무회의는 끝장토론 회의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끝장토론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서라이벌 청와대 퀴즈 대회’다. 이 대통령은 회의 때마다 구체적인 송곳질문을 불쑥불쑥 던져 참석자들은 답변하느라 쩔쩔매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가령 외국순방을 앞둔 회의에서는 그 나라의 인구, 인접국과 국력차이, 사회문화적 스타일 등 지역학 전공자나 답변할 수 있는 예리한 질문들이 쏟아진다고 한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반드시 퀴즈대회에서 낙오자는 발생하기 마련. 이들을 대상으론 별도의 ‘OX 퀴즈’가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한 참모는 “차라리 주관식 답변이 쉬울 수 있다”며 “회의 준비가 안 된 참석자들은 ‘맞냐 틀리냐’는 기로에 서게 되는 데 하나같이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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