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긴장의 고삐를 조금씩 늦추고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경기 회복기의 과실을 하나라도 더 챙기려면 새로운 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 급급했던 경영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게 급선무다. 또 해고와 감봉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뚫고 살아남은 기업 구성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조직 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CEO라면 재정비된 조직을 이끌고 업그레이드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추진력을 갖추는 게 필수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새로운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업 구성원들의 믿음과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며 영국컨설팅기업 스탠튼매리스(Stanton Marris)가 낸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기 위한 전략혁명(Strategy Evolution: adapting to a new world)'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소개했다.
스탠튼매리스는 45명의 기업 CEO 및 임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시장 변화에 맞춰 경영전략을 전환하는 데 따른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를 조사해 성공적인 전략 전환을 위한 네 가지 선결조건을 추려냈다.
◇내재된 위험 요인을 찾아라
CEO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강조하는 전략이지만 조직 구성원들에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략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탓이다. 이런 경우 리더의 독려는 강요로 비쳐져 오히려 구성원들의 반발심만 부추기게 된다. 결과는 뻔하다. 구성원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게 되고 조직 내 신뢰 관계는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르게 된다. 내부의 적은 그 어떤 리스크보다 치명적이다.
조직 구성원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내달리려면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그러려면 직원들에게 주인의식만 강요할 게 아니라 개개인이 전략 수립 및 실행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둬야 한다. 우선 전략 수립 단계에서는 직원들의 여론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또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조직원들의 반응도 세심히 관찰해 민감하게 반응하라는 조언이다.
◇조직 정체성을 강화하라
경영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게 마련이다. 유례 없는 경기침체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불안감 속에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건 조직 정체성뿐이다. 보고서는 "모든 게 다 변할 때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구심점은 조직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경영전략을 마련할 때도 조직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뭔지 고민해봐야 한다. 영국 자동차 유통업체인 인치케이프(Inchcape)의 토니 조지 인적자원 부문 이사는 "전략을 세울 때마다 '이 전략이 우리 기업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는가'를 되묻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전략을 짤 때 기업의 정체성 강화 방안을 우선 고민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략과 조직문화가 충돌하는 경우 조직문화가 결국 승자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조직문화와 배치되면 조직원들의 외면을 받게 돼 추진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뤄라
이미 짠 전략이 조직 전체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전략 수립과정을 전면 수정하는 용단도 필요하다. 전략의 성공 여부는 이를 수행하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영국 컨설팅업체 코그노시스(Cognosis)의 리차드 브라운 이사는 "전략 수립 과정이 임원들만의 잔치가 돼서는 안된다"며 조직원들에게 의미있고 믿음을 줄 수 있는 '감성적으로 똑똑한 전략(Emotionally intelligent strategy)'을 도출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세운 전략은 기업 이사회를 납득시킬 수 있지만 그 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전략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전략에 대한 단순한 이해보다 믿음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방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라
기업 내부에 소통상의 문제는 없는지 되짚어 보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경영상의 어려움을 쉬쉬하기보다는 문제에 관해 터놓고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직원들은 대개 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탠튼매리스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문제점뿐 아니라 중요한 정보도 조직 차원에서 공유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기업이 내부 목소리에 언제나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을 직원들에게 심어주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기업이 팀워크를 기초로 운영된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특히 전략 수행에서 각 팀장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각 부문 리더들이 합심해 힘을 모을 때 기업 역량은 극대화된다. 영국 인적자원 관리업체인 해이스(Hays)의 알리스테어 콕스 CEO는 "기업 운영에 있어 임원들의 책임감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며 "임원들이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으면 임원회의에서 아무리 격한 논쟁이 진행돼도 결국에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외에도 전략을 고정불변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전략은 무거운 어감과는 달리 역동적이며 끊임없는 갱신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인 터크(Tuck)스쿨의 리처드 다비니 전략경영학 교수는 "'초경쟁'시대에는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시대의 전략은 '지속불가능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창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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