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외칠 땐 언제고 다른쪽에선 '증세카드' 만지작
정부가 감세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각종 증세정책을 추진하면서 혼선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조세 정책이 감세와 증세 사이에서 길을 잃자 기업과 가계도 투자와 소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회복을 위해 감세를 주된 정책 기조로 삼던 당정은 올 들어 세수부족 우려가 대두되면서 증세 기조로 돌아서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다시 '부자 증세, 서민 감세'로 방향을 트는 듯한 인상을 주는 등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감세정책으로 세수가 줄어들자 새로운 세원을 발굴한다는 차원에서 '죄악세'로 여겨지는 주세와 담뱃세 인상을 적극 검토했다가 '서민증세'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8일 토론회까지 열면서 술과 담배에 대한 세금인상 바람몰이에 나섰지만 '반서민적'이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국회 반대 탓으로 돌리며 지난 19일 사실상 철회했다.
당정이 또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해온 상속세와 증여세 인하를 최근 유보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도 혼선을 노출한 전형적인 사례다.
정부는 그동안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속세와 증여세 인하 법안이 시급히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밝혀 왔지만 '부자감세' 논란의 핵심에 있는 안건인 만큼 당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발을 빼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에 대한 정부의 말 바꾸기는 조세정책 전체의 혼선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10일 취임사에서 "법인세와 소득세가 경쟁국보다 높다면 더 낮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입장을 꾸준히 유지했으나 6월 29일 국회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계획 유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하지만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계획은 지난 12일 당정협의를 거쳐 당초 계획대로 2011년부터 낮추기로 최종 결정돼 경제수장의 오락가락하는 발언은 불신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빈 곳간을 채우는 일이 아무리 시급하더라도 세수확대 방안을 내놓기 전에 실효성이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세수확대책은 경기회복을 위해 고소득층의 소비와 대기업 투자가 절실한 시점에서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를 냉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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