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4일 1,500선에 안착한 채 장을 마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한 환매 유혹이 커지고 있다.
작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인한 주가 폭락 이후 지수가 처음으로 1,500선을 돌파하면서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거치식 펀드의 투자손실도 한자릿수대로 줄어들었기 때문.
펀드매니저와 전문가들은 그러나 당분간 국내 증시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고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수익률이 좋은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만큼 환매보다 비중 조절의 기회로 삼는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날 장중 1,500선을 터치한 코스피지수는 24일 1,500선을 가볍게 넘어선 채 개장하더니 작년 9월25일 이후 10개월 만에 1,500선에 안착한 채 장을 마쳤다.
펀드매니저들은 기대치를 웃돈 기업들의 실적과 글로벌 경기회복세,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정책 효과 등으로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회복할 수 있었다며 향후 1,700선까지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마이애셋자산운용 한상수 주식운용본부장은 "향후 주식시장은 경기와 유동성에 따라 움직일텐데, 경기는 속도의 문제는 있지만 회복이 될테니 올해 내 최대 1,700선까지 상승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유동성 환수 문제는 나올 때마다 조정의 빌미가 되겠지만 이는 경기가 좋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주식을 더 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NHCA자산운용 김영준 주식운용본부장은 "깜짝실적이라는 호재가 작동될 여력이 남아있다고 본다"면서 "3분기 실적과 7,8월 기업 장사 내역이 나오는 8월 말까지는 긍정적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1,600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투신운용 양정원 주식운용본부장은 "하반기 증시는 등락을 거듭하며 저점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3분기에 약간의 조정이 있겠지만 큰 폭은 아닐 것이며,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상승폭이나 기울기가 완만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처음으로 1,500선에 안착하자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되고, 거치식 펀드의 투자손실도 한자릿수대로 줄어들면서 환매를 검토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2007년 7월 코스피가 최고점에 가까울 때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국내주식형펀드에 500만원을 거치식으로 투자한 회사원 L(30.여)씨는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 몰고 온 소용돌이 속에 수익률이 -40%까지 내려갔었는데, 오랜만에 한자릿수대 손실률을 보니 환매를 할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 4월부터 1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코스피 1,500∼1,600선에서 국내주식형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1조4천억원으로 1,600∼1,700선의 3천200억원에 비해 훨씬 많아, 1년 안팎의 단기투자자들의 경우 원금회복이 된 투자자들이 꽤 된다는 점도 환매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펀드 환매는 또 다른 후회를 부를 수 있으니 신중히 판단하는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했다.
실제 2007년 9월 최고점 근처에서 적립식으로 미래에셋디스커버리 국내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회사원 K(29.여)씨는 "한 때 손실이 30% 가까이 났었는데 지수가 석 달 전 1,300선을 찍으면서 한자릿수대로 손실이 줄자 유혹에 이기지 못하고 펀드를 환매했다"면서 "지수가 1,500을 찍으니 본전 생각에 하루종일 우울하다"고 말했다.
펀드분석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의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고,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수익률이 나은 투자처를 찾기 힘든 만큼 환매보다 비중 조절의 기회로 삼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당분간 증시에 조정이 크게 오기보다는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보이고, 아직 증시가 금융위기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게 아닌 만큼 국내 주식형 펀드를 조금 더 보유하고 있어도 된다"면서 "다만 지수 전망 상단까지 그리 많이 남지 않은 만큼 거치식 투자자들의 경우 조정을 염두에 두고 발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 과도하게 몰빵을 한 투자자라면 전환의 시기인 이 시기를 비중 조절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최근 소폭 반락한 원자재 펀드나 다른 지역 펀드에 자산을 분산하는 게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오대정 WM리서치파트장은 "환매를 주식비중 축소보다는 포트폴리오 구성의 보수화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경기의 중장기적 회복이라는 방향성에 주목해 주식형 비중을 유지하되 정책 효과 소진과 인플레이션 가능성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주식형 중에서 대형주, 가치주 펀드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후정 펀드애널리스트는 "투자자산 비중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가 과도하다고 보는 경우 손실을 만회했거나 수익을 본 이번 기회를 이용, 자산비중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이재경 펀드리서치파트장은 "국내 시장은 향후에도 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주식형 펀드는 비중을 확대할 것을 추천한다"면서 "다른 이머징 증시는 단기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에 더이상 오르기 힘들어 비중 조절을 권한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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