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 출구전략 사용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2분기 경제상승의 주 원인인 기저효과와 정부의 재정확대 등의 일시적 호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경우 출구전략 사용을 위해 경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노진호 하나금융연구소 금융시장팀장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해외 선진국들의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으면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현 시점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출구전략을 언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계들이 신용 대출이나 대부업체들로부터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어, 향후 가계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도 "아직은 경제가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어 출구전략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최근의 출구전략 논의는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과 관련된 것으로, DTI 강화 등의 미시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시중 유동성이 과잉이라고 판단하지만, 유동성 대부분이 단기자금에 머물고 있고 실물의 도화선 역할을 못하고 있어, 당분간은 풍부하게 유지해야 한다"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기 출구전략은 반드시 병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경기 회복 시점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유동성 과잉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쓰긴 써야 하는데, 관건은 경제회복 시기"라면서 "최근 한국은행이 소극적 출구전략을 사용하고 있지만 기준금리를 손댈 때는 거시적 경기 회복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최근 출구전략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발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민간금융연구소 실장급 연구원은 "민간연구소나 증권가 등은 팬시(fancy)하게 글을 써도 무방하지만, KDI가 발표하는 내용은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 발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KDI의 견해를 받아들여 성급한 출구전략을 썼다가 만약 하반기 경기가 고꾸라질 경우 KDI가 이를 책임질 수 있느냐"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KDI는 지난 22일 경제현안 분석자료 'KDI 포커스'에서 "다수 선진국에 비해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빠른 경기회복을 보이고 있어 방향을 고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비상조치와 재정확대 정책, 저금리 통화통화 정책 등 각종 위기대응 정책을 정상화하는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노대래 재정부 차관보도 23일 KDI 보고서에 대해 "KDI 연구위원 개인의 의견일 뿐 연구원장의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