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풀뿌리 마케팅···소비자를 미소짓게 하라


경기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비용절감 바람이 한창이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터라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마케팅 비용이 최우선 절감 대상이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마케팅 예산을 매년 평균 17%씩 늘려왔지만 지난해 터진 금융위기 이후 60%가 마케팅 예산을 줄이거나 동결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전체 예산이 줄어드는 가운데도 지역 중심의 체험 마케팅 예산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것이다. 체험 마케팅은 고객에게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 고객 충성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꼽힌다.

특히 브랜드를 현지화해 지역 소비자에게 브랜드 경험을 집중 제공하는 '풀뿌리 마케팅(local impact marketing)'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가 크다. 지난해 말 기업들을 상대로 벌인 한 조사에서 71%의 기업이 풀뿌리 마케팅 예산을 늘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렇다고 풀뿌리 마케팅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다. 기업 및 소비 환경이 급변하면서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 역시 큰 변화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매체의 발달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이 일방적으로 전하는 정보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감성적 연결고리를 활용하는 풀뿌리 마케팅에도 이성적인 전략이 필요한 때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인 AT커니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풀뿌리 마케팅에도 체계적인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며 브랜드 경험을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몇가지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풀뿌리 마케팅의 성공 여부는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감성적 공감대의 폭과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생활에 어느 정도 관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오감을 통해 어떤 제품을 직접 만지고 느끼고 접촉할 수 있다면 해당 브랜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그만큼 자기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업체 크래프트푸즈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겨울 시카고 시내의 버스 정류장마다 자사 제품 광고판과 함께 난로를 설치하는 '스토브 톱(Stove Top)' 캠페인을 벌여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추운 겨울에 따뜻함을 전해 주는 난로의 이미지가 크래프트 브랜드는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킨 것이다.

잊지 못할 만큼 독특한 브랜드 경험도 효과적이다.

미국 최대 의류할인매장 마샬스는 보스턴 지역에서 '패션경찰'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패션경찰 마케팅은 일종의 게릴라 마케팅으로 패션경찰들은 보스턴 거리를 활보하며 고가의 명품 의류로 멋을 낸 행인을 체포, 마샬스 점포로 '소환장'을 발부했다. 마샬스는 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저가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편견을 깬 것은 물론 매출도 급증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렸다.

풀뿌리 마케팅에도 물론 문제가 없지 않다. 특히 파격적인 풀뿌리 마케팅은 기업의 창의성을 강조할 수도 있지만 치밀한 전략 없이 실행했다가는 기업 이미지에 영구적인 손상을 남길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일례로 우유마시기 캠페인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유가공업자협회(CMPB)는 쿠키를 우유에 담가 먹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키려고 버스 안에 초콜릿칩 쿠키 향을 퍼뜨렸다. 그러나 초콜릿 향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는 불만이 접수돼 해당 마케팅은 중단됐다.

보고서는 또 풀뿌리 마케팅에는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기업 마케팅과의 공통분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풀뿌리 마케팅이 기업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와 어우러지는지 반드시 확인하라고 보고서는 주문했다.

사전 조율이 잘 된 마케팅 전략도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그렇다고 예상 밖의 변수를 모두 제거할 수는 없다. 다만 체계적인 계획이 있다면 리스크의 크기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리스크를 피하려면 무엇보다 타깃 선정이 관건이다. 에너지 음료를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스카이다이빙이나 암벽타기 같은 극한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아야 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업 조직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한 기업에서 대박을 터뜨린 운영 모델이 다른 조직에서도 같은 효과를 내라는 법은 없다. 따라서 각 기업의 전략과 조직망, 지배구조에 맞는 맞춤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풀뿌리 마케팅의 매개를 찾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기업들은 보통 브랜드 현지화를 위해 지역 사정에 밝은 대행사(agency)를 찾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역 시장에 대한 지식과 마케팅 능력은 별개다. 따라서 현지 사정에 밝은 대행사보다는 현지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대행사를 찾아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외부 변수와 내부 변수를 동시에 통제하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의사소통 채널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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