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적으로 자영업자의 숫자가 1년 전보다 30만1000명이나 줄었다는 통계청 발표였다. 6년 1개월 만에 가장 많이 감소했다는 게 기사의 핵심이다.
소규모 상점,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가운데 폐업하거나 도산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통계청 분석도 있다. 주인은 "덩치 큰 유통회사들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슈퍼슈퍼마켓) 간판을 내걸고 골목까지 들어와 대형 슈퍼마켓을 차린 뒤 돈을 싹쓸이하는 상황이라 나도 한 두 달 뒤 이 기사 내용처럼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의 SSM 사업이 날로 확장되면서 기존 상권의 재편, 변화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대형 유통업체의 SSM 매장은 홈플러스 150여개, GS슈퍼 120여개, 롯데마트 130여개 등 400여개에 이른다. 또 이마트도 지난달 30일 73평 규모의 상도점을 시작으로 연내 30여개의 개점이 목표다.
SSM 사업이 확대되면서 SSM 매장과 취급 품목이 중복되는 소규모 슈퍼마켓과 재래시장 상인들의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SSM 매장 한 곳이 오픈하면 20~30개의 소규모 슈퍼마켓들이 문을 닫게 된단다.
얼마 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인천 연수구 옥련점 출점을 미뤘다.
인천슈퍼마켓협동조합은 홈플러스 옥련점 출점을 막아달라며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신청서를 냈다. 중기청 사업조정심의위원회는 심의 전까지 계획의 일시정지 권고 방침을 내렸고, 20일 홈플러스는 스스로(?) 출점 보류를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지역상인, 관련단체와의 충돌을 피하고 협의를 통해 상생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출점 보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단은 사업조정제도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과 함께 개점을 이제 다른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는 묘안을 찾기 위한 시간끌기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설득력을 갖게 하는 일들도 벌어졌다. 홈플러스 측은 이날(20일) 오후 개점 보류 발표 직전까지 옥련동 일대에서 행인을 상대로 포인트카드 가입 신청을 받았다. 옥련점 내부 공사도 계속됐고, 인근 지역에 새 점포를 계약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특히 20일 오전 인천지역 상인들과 참여연대, 경실련대의 시민사회단체가 삼성테스코 측에 면담을 요청하고 본사를 방문 했다.
하지만 삼성테스코 측은 사설 경비업체 직원으로 보이는 수십 명의 사람을 동원해 정문을 봉쇄하고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개점 보류를 선언하면서 ‘상생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진정성에 의심을 받는 대목이다.
아무튼 이번 결정으로 SSM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SSM 주변 300개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기업형 SSM 입점이 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조사’를 실시했다. 중소유통업체의 79.0%가 ‘SSM 입점시점을 기준으로 경영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SSM 입점 이후 소매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무려 34.1% 감소됐다. 사회적 불안을 부르는 소상공인들의 몰락을 대형유통업체들의 SSM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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