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전 KDI원장 대담]"중국과의 FTA 조속히 추진해야"

“중국, 세계 '제조-소비공장' 역할 담당해야”
“내년도 한국경제 중국이 최대 관건”
“구조조정은 질질 끌어선 안돼”

“녹색성장, 정부주도시 마이너스 효과 더 커”
“비정규직 문제는 정치권의 직무유기”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빨리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내수시장, 특히 중국 경제의 발전자체가 우리와 상당히 관계가 있다”며 “글로벌 임밸런스(세계경제의 불균형) 측면에서 볼 때 앞으로 중국이 세계의 제조공장으로서만이 아닌 소비공장으로서의 역할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정책에 대해서는 ‘적절치 않다’는 표현을 써가면서 여러 차례 비판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비정규직 등의 정책에는 적지 않은 경고음을 울렸다. 잠재성장력 저하 문제에는 저출산 고령화, ‘제조업상 샌드위치론’ 등을 원인으로 거론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현 교수는 지지부진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구조조정을) 질질 끌어선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안된다”며 “한국이 경제의 기본적인 체질개선을 하겠다는 시그널을 이미 외부에 줬는데 경기가 살아난다고 안하면 정말 (10년 불황의 늪에 빠진) 일본처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4대강 살리기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하는 모습이었지만 국책연구기관장을 지낸 사람의 발언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대목도 적지 않았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경륜과 학자로서의 예리함이 함께 묻어났다. 특히 그는 ‘소프트웨론’을 주창하면서 사회전반에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해 전문가적 시각을 드러냈다.

현 교수와의 대담은 지난 24일(금요일) 오후 본사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하반기와 내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 경제는 작년 4분기에 -5% 성장을, 올 2분기에는 2%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를 놓고 “회복의 신호로 봐야 한다. 재정을 쏟아 부어서 반짝 상승한 것이다”는 논란이 있다. 분명한 건 더 이상 경기가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점이 바닥을 치고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적어도 3∼4달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의 경기 회복에는 전체적으로 바깥 환경이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한다. 금년을 넘어서 내년에도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미·일·유럽 등의 경기가 급반등할 계기가 없다. 그런 점에서 향후 우리가 얼마나 나아질 수 있느냐는 중국이 최대 관건이다. 중국 경제가 내수를 기반으로 해서 좀 살아나는 신호가 보이는데, 우리 경제에 내년이 되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풀린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데 종부세를 강화할 필요는 없나

“부동산 투기를 막는 방법으로 시행됐던 종부세는 애초 만들어선 안 될 제도였다. 종부세 보단 실효성 측면에서 재산세를 강화하는 게 맞다. 또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세금 하나 가지고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는 없다. 강남 3구 등은 경제논리를 벗어나 비상적인 처방을 별도로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머지 서울·수도권 전체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수요공급을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한다.”

-녹색성장이 우리경제의 신동력이 될 수 있나.

“녹색성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그걸 가지고 저출산 고령화, 제조업 ‘샌드위치’ 문제 등 (한국경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바꿀 수 있는지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시장이 반응을 해야 한다. 정부가 10개든 20개든 선정을 해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시장이 반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 정부가 녹색성장기본법을 만들어 에너지 절감을 환기 시켜줄 필요는 있지만, 정부가 관심을 가지니까 모든 걸 (녹색성장)에 갖다 붙여선 더 이상 나갈 수 없다. (정부가) 환기 수준을 넘어 직접 결정하는 수준이 되면 플러스 효과 보다 마이너스 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

-우리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무엇인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서비스 산업이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교육, 의료 이런 부분들이다. 의료나 교육에 대한 수요는 높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의료, 교육 시장이 해외에서 들어오기에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이다. 이런 산업부문에 대한 진입장벽을 터 줄 필요가 있다.”

-향후 경기회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단적으로 필요한 게 우리나라의 시스템을 고치는 일이다. 지금 시스템을 가만 놔두면 점점 성장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드웨어 발전보다는 소프트웨어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전 KDI의 어떤 박사가 “법질서를 잘 잡으면 잠재성장률이 1% 까지 높아진다”고 했는데 이 법질서는 OECD 선진국의 시스템이다. 이는 국회의 시스템이 될 수 있고 기업의 지배구조가 될 수도 있다. 사회·문화적인 시스템을 선진국 차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현정부의 정책추진 과정에 문제점은 없나.

“(현정부 들어)복지지출, SOC지출 등이 많은데 제일 중요한 것은 ‘타당성 조사’라는 법에 정해진 제도를 준수하는 것이다. ‘OOO살리기’의 경우, 제일 주목해야 할 점은 타당성 조사라는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지 여부다. 과거에는 SOC 사업만 조사를 했는데, 이제는 복지사업, 교육사업에도 적용된다. 주요사업은 전문가들의 검증이 끝난 다음에 자연스럽게 하면 되는데 지금은 발표가 앞서는 경향이 있다.”

-현정부 정책의 문제점과 향후 중점사안은.

“촛불시위에 대응하는 과정, 최근 서민정책 대응하는 과정 등에서 국민을 제대로 설득을 못해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는 점은 문제다. 무엇보다 일자리 문제는 가치를 따지자면 최우선 과제다. 지금이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라면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하느냐를 제일 신경써야 한다. 정부는 종종 무슨 사업을 발표하면서 일자리 100만명 창출 등을 강조하는데 그런 것은 발표를 안해야 한다.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문제도 심각한데

“정치권은 현재 직무유기하고 있다. 비정규직 개정 등을 지금 이 상태로 그대로 놔두면 기업이나 근로자들이 그냥 어물어물 법을 지키지도 않고 안 지키지도 않는 불투명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최소한의 현행 법을 유예시키고 공식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출구전략 논란을 어떻게 보나

“연초에 만난 FRB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위기 시 재정지출 확대를 ‘기하급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위기 극복 후 긴축기조로 전환할 때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받아들이라고도 했다. 지금 출구전략을 충분하게 논의하고 준비하는 것은 아주 필요하다. 다만 시기는 현재로서는 종잡을 수 없는데 반드시 준비는 해야 되고 과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지금은 (긴축정책을 펼칠 시기가) 아닌 것 같다.”

대담=양규현 정경부국장
정리=서영백 / 송정훈 기자
사진=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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