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李대통령, ‘오버’하는 친서민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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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3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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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중도강화론을 내세우면서 친서민행보에 연일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 위기로 서민들의 고충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그들을 보듬는 것은 국가 수장으로서 당연한 임무다. 그러나 설익은 주의·주장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7일 대담형식으로 진행된 20차 라디오연설에서의 ‘100% 입학사정관제 선발’이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학들이 내년 입학시험부터 논술 없이 입학사정을 통해 뽑고 농어촌 지역분담을 해서 뽑을 것이다. 임기 말쯤 가면 상당한 대학들이 거의 100%에 가까운 입학사정을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2010학년도 입시에서 6% 수준인 입학사정관제 선발이 3년내 100%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취지로 들린다.

앞서 충북 괴산고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논술도 없고 시험도 없이 100% 면담만으로 대학 갈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기서 문제는 현실가능성이다. 이 제도 도입을 놓고 평가의 공정성이 도마에 오른 상태고 대입제도의 일대 혁신을 불러올 사안임에도 이 대통령이 너무 ‘오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발언 직후 당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긴급진화에 나섰다. 100%라는 숫자에 너무 연연치 말아 달라는 게 이 차관의 당부다. 청와대도 교육개혁의 큰 그림을 제시한 것이라고 에둘렀다. 주군의 명을 신하가 급하게 뒤집은 모양새다.

대통령과 정부간 혼선을 바라보는 국민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선생이나 학부모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입학사정관제 연구에 뛰어들어야 할 판이니 말이다.

물론 대통령 자신이 불우한 환경에서 공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교육개혁의 청사진이 학벌주의가 만연하고 대학 서열화가 고착화된 현실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제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발언을 가지고 확실한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서민·민생 정책인양 주장하는데 건 문제다. 아무리 이상이 창대하더라도 하부의 실행계획이 전무하면 그 정책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섣부른 민생 행보는 예상치 않은 국민적 역풍을 맞기도 한다. 이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괴산고에 한 학생은 “그 전날 예행연습까지 시켜서 다들 지치기까지(해서) 끝나고 좋다고 한사람 단 한명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학생의 싸늘한 시선이 ‘오버’ 하는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이 될 수도 있단 소리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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