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25년만에 깨진 '형제경영'

  • 대우건설 재매각 계기로 형제경영에 금가 6월부터 박찬구 회장 금호석화 지분 집중매입

   
 
박삼구 회장(왼쪽)과 박찬구 회장(오른쪽)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형제 불화설이 현실로 드러났다.

28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를 열어 전격적으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전격 해임시키고, 박찬구 회장이 이에 불복할 뜻을 나타내면서 불거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형제의 난’은 결국 두 사람이 동반퇴진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국내 기업 중에서는 두산그룹과 함께 형제 승계라는 독특한 전통을 이어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일반적인 다른 그룹과는 달리 2세 형제들이 가구별로 동일한 지분을 확보한 채 돌아가면서 경영권을 행사해왔으며, 그동안 독특한 ‘장자승계원칙’에 대해 그룹일가의 미덕으로 내세워왔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에 이어 장남인 고 박성용 회장,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을 거쳐 3남인 박삼구(64) 회장이 4대 회장을 맡아왔다.

따라서 전통대로라면 4남인 박찬구(61) 화학부문 회장이 그룹 회장을 맡는 게 순서다. 그러나 이번에 박삼구·찬구 회장이 동시에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인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부회장에게 그룹 회장을 맡기기로 하면서 형제승계 전통이 깨지게 됐다.

재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부족으로 대우건설 재매각을 결정한 것이 형제간의 불화를 가져온 계기로 보고 있다.

2007년 이후 최근까지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2007년 이후 2년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일가 자제들이 각각 10.01%로 동일하게 유지해 왔다.

그런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재매각하기로 결정한 지난 6월 이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금호산업의 주식을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의 주식을 집중 매입했다. 박찬구 회장은 네 차례에 걸쳐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연이어 사들였고, 아들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의 지분까지 금호석유화학 지분 총 18.2%를 보유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박찬구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을 사들인 이유는 다시 시장에 내놓은 대우건설 문제가 주된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우건설 재매각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금호산업 지분을 팔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집중 매입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형제간 불화설이 나돌기 시작했고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이 그룹에서 계열분리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고 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7주기 추모식에서 박찬구 회장은 추모식에 가장 늦게 도착해 박삼구 회장과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은 채 가장 먼저 선영을 떠나 불화설은 더욱 증폭됐고 결국 이번 동반퇴진 사태로 이어졌다.

결국 대우건설 인수와 이로 인한 유동성부족이라는 '승자의 재앙'이 1984년 고 박성용 회장부터 시작된 25년 형제경영 전통의 막을 내린 셈이 됐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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