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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안팎 연결고리 '마찰력' 유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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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03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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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튼스쿨 경영웹진 날리지앳와튼, '시장의 마찰력'이론 소개

기업가라면 공들여 내놓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애착을 갖게 마련이다. 고객들의 호응이 크면 뛸 듯이 기쁘지만 외면 당했을 때 느끼는 참담함은 가늠할 수 없다. 그렇다고 풀 죽어 있을 수만 없는 게 기업가의 숙명이다. 잘못된 게 뭔지, 승승장구하는 경쟁사의 비결은 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게 기업가다.

힘든 작업이지만 소비자는 변심한 애인과 다르다는 점에서 보상이 따른다. 똑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도록 새로운 전략으로 무장하면 뒤돌아선 소비자와 다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기업 내부와 외부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의 올리비에 채튼 교수와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의 피터 젬스키 교수는 이를 '마찰력'에 빗대 설명한다.

와튼스쿨이 내는 경영웹진 '날리지앳와튼(Knowledge@Wharton)'은 최근 이들이 발표한 '마찰력에 따른 가치 창출과 가치 포착(Value creation and value capture with frictions)'이라는 보고서를 소개했다.

보고서는 전통적인 전략수립 과정에 필요한 산업분석과 기업분석을 토대로 얻은 기업 내·외부 요인들의 상호작용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분석은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방법론으로 두루 활용되는 게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지난 1979년 고안한 5가지 경쟁요소 분석이다. 그는 기업의 수익성은 외부환경인 업계 전체의 경쟁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또 경쟁 강도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라이벌 기업간의 경쟁구조 △진입장벽 △공급력 △구매력 △대체재의 위협 등 5가지를 꼽았다.

반면 기업분석은 기업 내부 요인들이 기업의 성공여부를 결정한다는 가정 아래 이뤄진다. 주요 분석 대상은 기업이 보유한 특허권과 특유의 경영방식, 인재풀 등이다. 기업분석을 강조하는 이들은 기업이 이런 요소들만 갖추고 있으면 외부 변수와 무관하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채튼과 젬스키 교수는 그러나 산업분석과 기업분석이 별개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기업이 온전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전략 수립 과정에서 기업 안팎의 환경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내·외부 요인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채튼 교수는 "산업분석과 기업분석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기 위해 수학과 게임이론을 적용했다"며 "특히 마찰력(frictions)이라는 변수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활용한 '마찰력'이란 개념은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것을 방해하는 강도를 나타낸다.

일례로 주유소의 경우 판매하는 석유의 가격과 종류는 업소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주유소는 고속도로나 시내 어디에나 들어서 있기 때문에 석유 공급자와 수요자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마찰력'이 거의 없는 셈이다.

반면 배관서비스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배관공의 실력에 따라 서비스의 품질이 다르기 때문에 서비스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그렇다고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아니다. 연결고리가 약한 만큼 수요와 공급의 접점이 작다. 마찰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채튼 교수는 "마찰력이 크다는 것은 소비자가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심지어 어떤 시장에서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전혀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찰력이라는 변수를 산업 및 기업 분석 모델에 대입해 본 결과 세 가지 의외의 결론이 도출됐다고 전했다.

그 중 하나는 기업이 전략을 짤 때 고려하는 대표적인 5가지 외부환경 요인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복잡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략을 수립할 때는 이들 요소간의 상관관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채튼은 강조했다.

다음으로 얻은 결론은 마찰력과 기업의 수익 사이에는 '역(逆) U자형'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즉 시장의 마찰력이 적정수준을 유지할 때라면 기업 수익도 높아지지만 그 이상이면 수익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마찰력이 너무 작으면 공급자간에 '손님 모시기' 경쟁이 벌어져 기업 수익이 낮아지고 마찰력이 너무 커도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수익이 제로(0)에 가까워진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끝으로 시장의 마찰력이 기업의 혁신 역량도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기업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내부의 혁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기업 경쟁력 저하 원인은 혁신에 나설 만한 시장의 유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맺는다. 기업과 소비자의 접촉면이 작은 마찰력이 큰 시장에서는 기업간 경쟁 요인이 없어 기업들이 혁신 욕구를 느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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