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여의도. 대구은행의 기업설명회 자리. 서정원 대구은행 경영기획본부장은 은행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3.24%로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서 본부장의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대구은행의 수익성은 은행권 최고 수준을 지속하게 된다.
대구은행 뿐만이 아니다. 전북은행과 부산은행 역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실적은 악화되기는커녕 개선됐다.
민태성 금융부 차장 |
부산은행 역시 상반기 영업이익이 1400억원에 육박했다.
지방은행의 실적이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한 이익 증가에 그치지 않고 안정성 역시 꾸준한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4.45%에 달한다. 총자산순이익율(ROA)은 0.71%, 자기자본순이익율(ROE)은 12.09%를 기록했다.
지방은행들의 선전에 시중은행들의 눈길은 곱지만은 않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이 금융위기 이전에도 뚜렷한 영업 확장에 나서지 않아 위기에 따른 영향도 적은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영업 확장에 매진하지 않다보니 위기에 따른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고 실적 역시 시중은행에 비해 양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권가의 반응은 다르다. 애널리스트들은 대구은행을 비롯한 지방은행들의 대손 비용 감소폭이 예사롭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구은행의 2분기 대손비용률은 연율로 0.78% 수준. 이는 2004년 이후 평균인 0.97%를 밑도는 수치다.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은 물론 예년에 비해서도 양호한 수준을 기록한 셈이다.
국회에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도 지방은행들에게는 호재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대기업이 주요주주인 지방은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구은행의 최대주주는 삼성그룹이며 롯데그룹과 삼양사는 각각 부산은행과 전북은행의 최대주주다.
대구은행은 삼성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룹에 편입시킬 수 있는 만큼 수년 안에 주요 시중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급성장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자산규모가 8조원이 넘는 저축은행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지방은행들의 경쟁을 통한 몸집 불리기의 배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의 자산은 제주은행과 전북은행보다 1조원 이상 많은 상태다.
금융당국 역시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지방은행의 파이 키우기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지방은행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말이 최근 은행권에서는 예외인 듯 하다. 주요 시중은행들을 제치고 지방은행들의 질주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들에게 위기는 기회일 뿐이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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