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기업, 망하는 이유가 있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09-08-15 16:1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지난해 말 미국의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일류기업들조차 몰락의 위기 상황에 내몰리면서 각국 정부로부터 대규모 자금수혈을 받았다.

하지만 일시적인 자금지원으로 기적처럼 망해가는 기업을 살려낼 수 있을까. 기업의 미래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에게 이익을 약속하지 못할 만큼 나락으로 떨어진 기업은 냉엄한 비즈니스 현실에서 보자면 이미 죽은 상태나 마찬가지다.

경영학자 개리 해멀은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로그인 '개리 해멀의 매니지먼트2.0'에서 몰락하는 기업은 엄밀히 따지자면 명(命)이 다해서 죽는 것이라기 보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에 가깝다고 말했다.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방만하게 기업을 운영했기 때문에 결국 자멸한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을 전체 사회 속 조직으로 놓고 볼 때 기업의 파산은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라고 그는 설명했다.

해멀에 따르면 자연 속 생명체가 아메바와 같은 단세포에서 출발한 것처럼 기업도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고도의 복잡성을 띤 시스템으로 진화한다.

실제 대중을 위한 이동성(mobility)이라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포드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메이커는 출발했다. 또 인터넷 정보 검색이라는 단순한 기능에서 온라인 광고 등 다양한 수익원을 가진 인터넷 공룡기업 구글이 탄생했다.

하지만 불현듯 떠오른 영감(inspiration)이 가시적인 성과로 도출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실험-학습-선택-체계화'라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해멀은 "기업이 망하는 것은 조직의 엉성한 의사결정으로 인해  장기전인 기업의 진화과정이 조기에 중단되기 때문"이라며 "기업의 파산으로 전체 사회가 잠시 동안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한 혜택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기업이 바톤을 이어받아 결국 이를 끝마무리를 짓게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기업이 고도의 복잡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얼굴을 붉히며 분노할 이유는 없다고 충고한다.

실패한 기업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부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기적 관점에서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이 실패한 기업의 경험을 발판으로 새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변하는 환경에 적합하게 전략을 수정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멀은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기업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이지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씨티그룹, IBM, 소니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파산한다면 이를 단순히 하나의 조직체가 적자생존의 경쟁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봐서는 곤란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는 이들 기업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와 규모를 고려해 볼 때 이들의 파산은 전체 생태계에서 하나의 종이 멸종하는 것과 유사한 파장을 글로벌 시장에 불러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