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70여일에 걸친 노조파업으로 쌍용자동차는 정상적인 경영이 휘청거릴만큼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대수만 무려 1만3550만대가 넘고, 이로 인한 손실액은 약 29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내 자동차시장의 내수 위축이 계속 이어지면서 상용차는 올 1분기에도 123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쌍용차 노사간의 대화가 잘 이뤄져 파업이 종료되더라도 현재 상태로는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아 청산준비에 돌입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쌍용차 노조파업이 숨가쁜 형국으로 치닫게 된 데는 많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최대쟁점은 지난 4월 사측이 경영정상화방안 일환으로 감축키로 한 전체 인력의 37%(2646명) 중 희망퇴직자를 제외한 110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 문제다.
노조는 그동안 ‘총고용 보장, 정리해고 철회’ 등을 무조건 요구하며 사측과 한치 양보도 없이 협상의 평행선을 달려왔다.
사측도 ‘단 한 명의 해고도 수용할 수 없다’는 노조측 주장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노사협상의 골만 키워왔다.
이에 앞서 지난달 1일 미국의 GM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지난 100년동안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군림했던 GM이 역사적인 막을 내린 것이다.
파산당시 GM의 자산규모는 총 820억 달러로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역대 기업 중 네 번째로 컸다. GM의 몰락에 대해 혹자는 ‘대량생산∙대량소비’로 대변되는 20세기 제조기업의 종언이란 의미까지 부여하고 있다.
GM 몰락의 직접적 원인은 전세계 자동차시장의 흐름에 취약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비롯해 생산방식 및 브랜드 관리의 실패, 정부 정책에만 편승한 제품전략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노조가 회사의 경영위기 상황을 도외시한 채 막대한 유산비용(Legacy cost)를 발생시켜 고비용구조를 고착화시킨 점이 크게 작용했다.
유산비용이란 재직중인 근로자 외에 퇴직자 및 그 부양가족에게 지급되는 연금과 의료보장 비용을 말한다. GM은 1993년부터 파산 직전년도인 2007년까지 1030억 달러의 유산비용을 지출했다.
이 같은 유산비용 증가로 GM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및 복지수준은 약 7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의 도요타(48달러), 현대자동차(40달러) 등 다른 경쟁기업들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GM경영진은 노조의 유산비용 부담요구를 파업에 따른 경영손실만 우려한 나머지 거절하지도 못하고 수용해왔다.
결과적으로 GM 몰락은 본원적인 경쟁력 강화를 소홀히 하고 안이한 수익을 추구했던 경영진, 위기에도 불구하고 제몫 챙기기에 급급했던 노조 모두가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쌍용자동차 노사가 30일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지난달 19일 이후 결렬됐던 노사간의 대화가 40여일만에 재개된 것이다.
노사 대화를 통해 그동안 최대 쟁점이었던 정리해고자 고용보장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노조간부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내달 15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단의 결정 등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있다.
쌍용차 노사는 100년 기업에서 하루아침에 공중 분해돼 버린 GM 몰락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회사부터 우선 회생시키는 방향으로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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