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1년 동안 지출하는 보험 심사비용이 건강보험공단의 3.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비용 대부분이 심사 업무를 대행하는 자회사로 흘러들어가 자회사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가입자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일 손보업계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기준 손보사들이 지급손해조사비 명목으로 지출한 금액은 5662억원 수준이었다.
지급손해조사비는 보험사고 피해자가 요청한 보험금 수준이 적정한 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소용되는 심사비용이다.
손보업계의 지급손해조사비 규모는 2005회계연도 3482억원, 2006회계연도 4188억원, 2007회계연도 4892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반면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예산으로 지출한 금액은 1602억원이며 올해 책정된 예산도 1646억원에 불과하다. 심평원은 건강보험 가입자가 청구한 진료비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손보업계가 지출한 금액이 우리나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보보다 3배 이상 많은 셈이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과도하게 지출한 돈은 고스란히 지급심사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자회사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화재가 지난 회계연도 삼성화재손해사정서비스(760억원) 및 애니카자동차손해사정서비스(320억원)과 체결한 용역 계약액은 1080억원이다. 이는 삼성화재 전체 지급손해조사비 1642억원의 6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대해상자동차손해사정은 지난해 매출 493억원의 85%에 달하는 419억원을 모기업인 현대해상화재와의 거래를 통해 충당했다.
동부화재도 지난해 동부자동차손해사정과 300억원의 용역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는 금액이 318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동부자동차손해사정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지급손해조사비가 증가하면 손보사의 사업비 지출 규모가 늘어나게 돼 결국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보험금을 적게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심사비용 부담을 가입자들이 지고 있는 것이다.
건보 관계자는 "거둬들인 건강보험료 중 97% 가량이 가입자 진료비로 지급된다"며 "반면 손보업계의 손해율(수입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출 규모)은 77% 수준으로 건보의 보험금 지급률에 못 미치는 데도 심사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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