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 | ||
방송법, 신문법 등 미디어관계법 처리에 대한 법적 논란이 뜨겁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대리부표, 부정투표, 재투표 논란이 있는 것 자체가 수치고 국민들께 너무나 송구할 따름이다.
어쨌든 이제 헌법재판소가 미디어관계법 처리 절차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으므로 최종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헌재 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논란이 다 정리될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은 여전히 또 다른 논란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미디어관계법 내용에 심각한 하자가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법 통과 자체를 목표로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정작 법안의 내용은 제대로 검토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최종 수정안에 담긴 사전규제는 신문가구 구독률 20% 미만 신문사에 한하여 방송시장 진입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사후규제는 어떤 방송사든 방송시청 점유율 30%를 넘지 못하고 이를 넘을 경우 다양한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시청 점유율을 산정함에 있어 신문사업자가 방송에 진입할 경우에는 신문의 가구구독률을 방송의 시청자점유율로 환산하여 신문과 방송 시장을 모두 합한 점유율을 산정하도록 규정한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사전규제와 사후규제를 조화를 이루어 여론독과점을 예방할 수 있는 이중안전장치라고 자찬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당이 방송법 최종 수정안에 포함시킨 사전규제와 사후규제가 물리적으로 실행할 수 없거나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첫 번째는 신문가구구독률을 방송시장 진입규제의 기준으로 삼은 점이다. OECD 30개 국가를 포함하여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가구구독률을 기준으로 신문사의 방송 진입을 허용하는 국가는 없다.
가구구독률이라는 통계는 전체 가구 중에서 신문을 보는 가구가 어느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신문시장에서 특정 신문의 지배력이나 영향력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신문시장의 지배력을 제대로 다루려면 신문을 보는 사람 중에 특정 신문을 보는 사람이 몇 % 인가를 측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동통신시장의 시장지배력을 측정할 때 전체 이동통신 사용자 중 특정 이동통신 사용자의 점유율을 기준으로 삼는 것과 같다.
결국 한나라당 최종안은 신문시장 점유율이라는 간단한 통계로 진입규제 기준으로 삼으면 될 일을 가구구독률이라는 엉뚱한 통계를 기준으로 삼아 미디어법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렸다.
두 번째는 신문가구구독률을 방송의 시청자점유율로 환산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둘의 분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청자점유율에서는 분모가 방송을 시청하는 인구이고 가구구독율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가 분모다. 따라서 어떤 수학 공식을 개발해도 이 둘은 근본적으로 환산이 불가능하다.
한나라당 최종안은 가구구독률을 시청자점유율로 환산하는 방법 개발을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어떻게 해낼 수 있다는 말인가?
따라서 만약 이 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법이 방송통신위원회로 하여금 직무유기를 하도록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마지막으로 한나라당이 사후규제 수단으로 제시한 방송시청점유율 상한 30% 규제의 실효성 문제이다.
여론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방송시청 점유율이 30%를 넘을 경우 광고규제 등 각종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 골자인데 이 역시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현재까지 어떤 방송사도 시청점유율 30%에 달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현재 MBC와 SBS의 시청점유율을 합해도 28%에 불과한데, 과연 이 조항이 단 한 번이라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냐는 것이다.
간단하게 다시 정리해보자면 한나라당 최종수정안은 신문 가구구독률 20% 미만 신문사가 방송에 진입하여 시청점유율 30% 이상은 금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풀이한다면 신문시장의 선두주자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구독률을 모두 합한 것 이상의 신문사가 들어와서 MBC와 SBS의 시청점유율을 합한 것 이상으로 방송시장을 지배해도 여론 독과점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법안이 과연 어떻게 시행될 수 있을 것인가? 실효성이 없는 사후규제는 물론 물리적으로 시행이 불가능한 가구구독율의 시청점유율 전환 규정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이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법이 여론다양성을 보장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야 합의로 금번 미디어법 처리가 무효라고 선포하고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런 결단만이 절차적 하자 논란에서도 자유롭고 내용적으로도 완결한 법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법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신뢰와 권위를 입법부 스스로 지키지 못한다면 과연 어떻게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를 대한민국 국회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당 정책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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