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600가구에 이른 가락시영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이 아파트는 지난 2003년 조합이 설립됐지만 조합 내부 문제 등으로 사업은 답보상태다. 최근에는 공공관리자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자는 의견까지 가세하면서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2. 서울 강북구 장위동. 한 재개발사업지구에서는 조합설립인가가 났지만 조합원들 사이에 사업을 연기하자는 얘기가 퍼지면서 조합 재구성 논의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인근의 또 다른 정비사업지구에서는 시공사까지 결정했지만 역시 조합원간 이견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요즘 재개발·재건축 사업지구가 혼란에 빠졌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추진단지 중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곳에 대해 정비구역 지정단계부터 사업시행인가 전 단계에 공공이 직접 개입하는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키로 하면서부터다.
공공관리자 제도란 구청장이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주민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설계업체·시공사를 선정하되 구청장 또는 구청장을 대행하는 공공관리자가 선정과정을 관리 감독하는 것이다. 공공관리 대행은 주택공사나 SH공사 등 공공기관이 맡게 된다. 이 제도를 적용할 성수동과 한남뉴타운 등 시법구역도 선정했다.
제도가 정착되면 조합과 정비·철거·설계·시공업체간 비리를 없애 사업비의 거품을 빼고 이를 통해 주택공급가격이 떨어지고 사업 기간도 단축된다는 것이 서울시의 얘기다. 분양원가(조합원 분담금)는 1억원 이상, 사업기간은 2년 이상 줄어든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고 있다. 내집마련에 허리가 휘어지는 주민 입장에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앞서 얘기했던 정비사업지구에서 새로운 갈등이 일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갈 일이다.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투명치 못한 업무추진으로 조합임원 비리는 물론 각종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비사업 관련 비리 9900건 중 절반은 조합과 관련돼 있다. 지난해 비대위나 세입자 등 관련자간 소송도 2004년에 비해 11배 증가했다. 그동안 공공이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오히려 관련자와 결탁해 부정행위에 개입하기도 했다. 재개발·재건축 비리 중 23%가 공무원과 연루돼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래서 시장을 빼앗길 위기에 놓여있는 건설사 등의 반발은 둘째치고 적극적인 공공개입을 통해 얼마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숙제다. 현행 재개발·재건축의 근거법률인 '도시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나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도촉법)에 의해서도 공공의 개입과 역할은 절대적이다. 각종 기본계획수립에서 지구지정, 단계별 인허가 모두가 공공영역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투명성 제고를 핑게로 돈되는 민간영역까지 욕심(?)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공관리자제도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관련법 정비등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심정"이라는 한 정비조합 임원의 말이 무색해질 것이다.
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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