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박찬구 전 회장 측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뒤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두 형제간의 갈등 전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의 갈등이 이미 예고돼 있었다는 것이다.
박삼구ㆍ찬구 형제간 갈등의 결정적 촉발 지점은 2006년 대우건설 및 대한통운 인수다.
박찬구 전 회장은 자신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인수 추진 당시 처음부터 인수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박삼구 회장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과 풋백 옵션이라는 감당할 수 없는 조건으로 인수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찬구 전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사업 확장은 박삼구 명예회장이 막았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그는 “박 전회장이 인천정유및 남해화학 인수를 추진했으나 박삼구 회장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석유화학에 대한 시설투자 계획을 올려도 박삼구 회장이 모두 막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호석유화학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대우건설 인수 당시 대부분의 계열사 사장들이 반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찬구 전 회장은 결국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율을 낮춰서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했다. 대한통운에는 아예 금호석유화학이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박찬구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박삼구 명예회장 측은 박 전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 승인을 위한 이사회에서 분명히 찬성 의사를 밝혔다며 반박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박삼구 전 회장이 대우건설과 대우통운 인수를 강행했던 시기부터 두 전 회장의 갈등이 빚어졌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찬구 회장은 "나는 무리하게 인수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조속히 매각하여 그룹의 재무상황을 급속도로 악화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소신을 견지하고 있었고, 박삼구회장은 인수 회사들의 재매각을 꺼리면서 지금의 천문학적 손실을 누적시켰을 뿐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마련보다는 계열사간 내부거래 및 그룹 자산 매각 등 그룹의 총체적 위기상황만 더해가고 있었다"고 말해 두 사람의 의견차가 적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결국 박찬구 회장은 그룹의 위기에서 금호석유화학을 지키기 위해 금호산업 주식을 팔고 금호 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박찬구 전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에 대해 박삼구 명예회장과 일가들은 박 전회장이 그룹의 공동경영원칙을 깼다고 판단해 해임하기에 이른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따르면 박성용·정구·삼구·찬구 4형제는 고 박성용 회장이 65세 되던 해에 함께 총 10여 개의 조항으로 된 그룹 공동경영 합의문을 작성하고 '공동경영'을 핵심으로 이를 어길시에 벌칙을 규정했다.
1조는 '4가계가 금호그룹에 4분의 1씩 균등 출자, 공동으로 경영한다'는 공동경영의 원칙이 명시됐으며 2조에는 '4가계가 그룹을 분할하거나 해체할 수 없다'며 그룹의 계열 분리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또 그룹에 참여할시 금호아시아나 외의 타기업 경영에 참여하거나 투자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별도의 개인 기업도 소유할 수 없도록 했다.
원칙을 어겼을 경우에는 '그룹경영에 참여할 수 없으며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규정했다.
즉 박찬구 전 회장이 균등출자 라는 집안의 공동경영 원칙을 어겨 해임에 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 박
삼구 명예회장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찬구 전 회장 측은 독단적인 경영으로 공동경영 원칙을 먼저 깬 것은 박삼구 회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회장 두 사람 사이에 깊게 패인 불신의 골만큼이나 이번 사태의 해결이 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아주경제=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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