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조정제 '불쑥' 변경..기업·지자체 혼선

중소기업청이 최근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사업조정 제도를 준비없이 지자체로 위임함에 따라 대.중소기업체들의 혼란은 물론 갑자기 업무를 떠넘겨받은 지자체들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이 지난 5일 SSM 관련 사업조정권을 지자체에 위임하고 사전조사신청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해당 고시를 개정하면서 관련업체와 단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SSM 논란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임에도 충분한 협의와 검토 없이 성급하게 제도가 바뀐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고시가 개정되면서 중기청으로부터 사업조정권을 넘겨받게 된 지자체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민감한 사안을 조정하는 업무를 준비절차 없이 맡게 됐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중기청이 '뜨거운 감자'를 떠넘겼다는 볼멘소리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기청은 지난 4일 16개 광역 시.도 관계자를 불러 사전 설명회를 가졌고, 앞으로도 지자체를 순회하며 지속적인 사업조정 관련 교육을 시행해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기청이 1996년 창설 이후 계속 사업조정 업무를 맡아오며 노하우를 쌓아온 것에 비하면 지자체의 사업조정 역량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또 중소유통업단체에 대기업의 SSM 개점 정보를 사전에 공개하도록 한 사전조정신청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새롭게 도입된 사전조정신청제도에는 대기업이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항목이 명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신청자인 중소유통업단체와 피신청인인 대형유통업체 측은 어떤 내용이 어디까지 공개돼야 하는지 몰라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중소유통업체의 신청서를 사안별로 검토해 대기업 측에 정보 공개를 요구할 방침"이라며 "법률적 강제사항이 아니라 모호한 감이 없지 않다"고 시인했다.

또 중기청이 정보 공개를 요구해도 대기업은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공개를 거부할 수 있게 돼 있는데 그 판단 기준이 모호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와 함께 대기업이 아무런 이유없이 정보 공개를 거부하더라도 과태료 500만원을 무는 것 외에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어 사실상 강제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기업들도 사전조사 신청 제도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이달 말에 남양주에 개점을 준비 중이었지만 최근의 논란으로 업무가 중단된 상태"라며 "사전조사신청제도를 잘 모르겠지만 정보공개 요구가 들어오면 다 보여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업조정을 신청하는 중소유통업단체도 바뀐 제도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처음으로 사전조정을 신청한 청주슈퍼연합은 제출자료가 미흡해 보완을 요구받았고, 천안시 신방동과 서울시 상계동 등에서 최근 사업조정을 신청한 4곳은 중기청으로부터 점포가 이미 입점해 있기 때문에 사업조정 신청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김경배 전국소상인단체연합회 회장은 사업조정제도가 갑자기 바뀌어 행정처리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사업조정의 잣대가 지자체별로 달라지는 등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중기청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업조정종합점검반'을 구성해 뒤늦게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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