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전 대통령이 10일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화해했다고 봐도 좋다”고 밝히면서 두 거물의 오랜 정치적 애증관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두 사람의 화해는 지난 87년 야권분열 이후 근 22년만이다.
지난 6대국회 때부터 동맹과 경쟁을 반복해 온 DJ-YS의 관계는 곧 한국 민주주의 역사자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만큼 양김 사이엔 갈등의 골도 깊었던 것을 감안하면 YS의 이날 발언은 이례적인 것.
DJ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접한 YS는 이날 오전 10시께 DJ가 입원 중인 연세대 세브란스에 도착했다. DJ와 함께 한 다사다난했던 지난 세월을 떠올리기라도 하듯 YS의 표정은 내내 어두웠다.
YS는 병문안에서 DJ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에게 “나와 김대중 대통령은 젊을 때부터 오랜 기간 협력했고, 경쟁도 오래 했다. 둘이 합쳐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고 DJ측 최경환 비서관이 밝혔다.
그는 또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우리나라는 아마 미얀마처럼 됐을 것”이라면서 “그때는 (우리가) 목숨 걸고 싸웠다. 우리 둘은 특수한 관계였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 여사도 “감사하다. 대통령이 오늘 조금 좋아졌고 주무시고 있는데 깨어나서 (김영삼 대통령이)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한 위로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는 후문이다.
병실에서 15분간 머문 YS는 결국 DJ는 대면하지 못한 채 떠났다. 하지만 그는 ‘두 분이 화해한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 그럴 때가 됐지 않았느냐. 그렇게 봐도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DJ와는) 제6대 국회 때부터 동지적 관계이자, 경쟁 관계로 애증이 교차한다”며 “이 여사에게 ‘모든 세상에 기적이라는 게 있으니 최선을 다해 치료를 받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행동형'(YS)과 '심사숙고형'(DJ)이라는 스타일 차이에도 나타나듯 지난 87년 이후 22년 동안 두 사람의 관계는 물과 불이었다.
지난 97년 이후 YS의 차남 현철씨 사면문제를 놓고 DJ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까지 서로 막말을 쏟아내는 등 숱한 신경전을 벌였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는 YS가 MB정부를 규탄하는 DJ에 "그 입 닫으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YS측이 먼저 연락을 취함으로써 병문안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달 DJ 입원 후 현철씨 등 주변의 간곡한 진언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YS측 김기수 비서실장은 “(병문안은) 스스로 판단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DJ의 최측근인 권노갑 전 민주당 의원은 “그 전에도 두 분이 화해를 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화해하게 됐다”며 “YS에게 대단히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아주경제=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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