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떠드는 것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오히려 그런 기사를 보면 소외감을 느낀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만들어 수출하는 업체를 경영하는 김일환(가명, 43) 사장의 이야기다.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잇단 깜짝 실적을 쏟아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아직 바닥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경제 취재팀이 대표적인 중소기업 밀집지역인 인천 남동공단을 현지 취재한 결과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아직 경기회복의 온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남동공단에서 40년째 도금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정상문(가명, 62) 사장은 “아침에 나와서 청소만 하고 퇴근하던 올해 초보다는 조금씩 들어오기는 일감이 조금씩 들어오기는 하지만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일환 씨 역시 “경기회복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실상을 보면 많은 업체들이 상반기 마지막 주문을 처리하고 있어 바쁘게 보일 뿐”이라며 “하반기를 걱정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수치로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산업단지 공단 경인지역본부에서 6월 작성한 ‘2009년 5월 남동산업 동향’에 따르면, 작년 10월까지 매월 75% 이상을 선회하던 업종별 가동률이 11월부터 감소하여, 12월은 69.1%, 1월은 67.9%까지 하락했던 것이 올해 2월부터 조금씩 회복해, 5월 74.2%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79.8%)에 비해서는 여전히 못 미치는 가동률이다.
이처럼 경기회복의 온기가 중소기업까지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은 역시 ‘얼어붙은 돈줄’이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매출액만으로 대출액의 규모를 정하기 때문에 남동공단 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못받고 있다. 기껏해야 1000만원 대출이 고작”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중소기업을 울리는 금융기관의 꺽기도 여전했다.
정상문 사장은 이에 대해 “최근에 전 직원이 주택청약통장을 가입해주고 대출을 받은 적도 있다”며 “자산이 적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담보 대출은 한도가 어렵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신용대출을 받는 입장에서 은행원들의 요구를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지사 관계자는 “정부의 자동차세 감면정책이나 법인세 인하 정책은 대기업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하청을 받는 작은 기업들에게는 그 혜택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횡포도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요인이다. 한 대기업 협력업체의 간부는 “수출이 늘고 실적이 좋아졌다는 데도 납품가를 낮추라는 대기업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며 “그것도 몇몇 업체는 없어서 난리”라고 말했다.
이처럼 입주기업들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공단주변의 상권도 활기를 잃었다.
남동공단에서 6년째 식당을 하고 있는 최순애(가명, 43)씨는 “공장 사정이 어려워 지면서 작년보다 휴가를 길게 가는 곳이 많아졌다”며 “평소에는 3일씩 가던 여름휴가를 8일씩 가는 곳이 많아 이번 달 매상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매상도 줄어 한창 때는 하루 300명 이상의 손님이 찾던 식당에 하루 손님이 200명도 채 못 된다는 는 것이 최 씨의 하소연이다.
‘경기침체 끝났다’, ‘경기회복 청신호’ 등 언론들이 하루가 멀다하게 경기회복에 관한 소식을 쏟아내지만, 남동공단에 입주한 5000여개의 중소기업이 예년의 활력을 되찾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였다.
아주경제= 이정화 기자 jhlee@ajnews.co.kr, 박성대 기자 ASRADA8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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