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의 경기 불황은 독자들의 경제경영서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먼저 부동산 투자와 재테크 도서의 인기는 전반적인 하향세를 나타냈다.
교보문고 온/오프라인 서점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판매권수별로는 지난해 7.3% 늘어난 데 반해 올 상반기에는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판매액으로는 지난해 8.5% 증가한 반면 올해 들어서는 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기계발 서적 역시 2008년 5.9% 판매권수가 증가한 반면 올 상반기에는 1.1% 떨어진 4.8%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액 증감 역시 지난해 5.2% 상승을 보인데 반해 올해는 4.2%로 조사됐다.
적지만 안전한 재테크 수단 인기
경제경영 분야 1위에는 ‘4개의 통장’이 올랐다. 통장 관리를 통해 나가는 자금을 막고 들어오는 자금을 묶는 소극적인 의미의 재테크 방법을 안내하는 도서가 인기를 끈 것이다.
‘4개의 통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불황에도 끄떡없는 저축형 인간이다. 지출관리, 예비자금관리. 투자관리라는 3단계 준비를 거쳐 만들어진 4개의 통장으로 돈의 흐름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매월 급여가 입금되면 월말까지 각종 고정지출이 납부 되도록 한다. 이후 생활비용으로 소비할 일정한 금액의 돈이 소비 통장으로 자동이체 되도록 한 후 남은 돈을 전부 투자 통장으로 이체한다. 여기에 입금된 돈을 예비자금으로 확보한 후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면 된다.
이 저축방법은 알리안츠생명보험 교육지원팀장이자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인 저자 고경호이 강의와 상담을 통해 만난 사람 1000여명을 분석한 결과다. 희망하는 부의 수준은 달랐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직장과 일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만 자신의 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불황과 미래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분석
‘불황을 넘어서’ ‘유엔 미래 보고서’ 등과 같은 불황과 미래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진단한 도서가 경영서 상위권에 올랐다.
앨빈 토플러는 저서 ‘불황을 넘어서’를 통해 지금의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자금을 활용한 기업구제 방법과 대규모 사회시설 프로젝트는 1930년 대공항 당시 추진됐던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의 틀로는 최근의 경제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슈퍼 인플레이션 시나리오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동시에 작동하는 경우를 보여준다. 먼저 사회 곳곳에서는 장기적인 관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된다. 현금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30일짜리 금융상품도 불안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보증하는 채무에 대해서도 12시간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된다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 역시 사람들의 정신적 공황과 같은 문제를 고려했을 때 정부의 재원을 투입해서라도 공공부문의 서비스 일자리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박영숙, 제롬 글렌(Jerome Glenn), 테드 고든(Ted Gorden)의 공동 저서 ‘유엔미래보고서’는 수명연장을 위한 바이오 기술의 발달로 제2의 산업혁명에 대한 예측이 담겨있다. 에너지 저장 기술이 개발되면서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가 뒤바뀌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취업과 생존을 위한 자기계발서 주목
이시형 정신과 전문의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가 자기계발서 분야의 1위에 올랐다. 취업과 직장 내에 경쟁력을 더 키우기 위해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 ‘스물일곱 이건희처럼’과 같은 생존을 위한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었다. 반면 소재 고갈과 독창성 결여로 하향세를 보이던 스토리텔링식 자기계발서의 인기는 사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시형 박사는 저서 ‘공부하는...’을 통해 나이가 든 후의 공부가 더 효율적이라는 뇌과학적 연구를 밝혀낸다. 기억력은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지만 문제 해결 능력과 판단력 등은 좋아지므로 전반적인 지능은 오히려 향상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는 생각을 버리고 독한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하면 불황이 끝났을 때 당신의 인생도 달라져 있을 것”이라 조언한다.
교보문고 측은 향후 경영서적 시장 전망에 대해 “하반기에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 상승에 대한 기대로 재테크와 투자 관련 도서의 반등세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주경제=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