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열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현 정부의 친 시장주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나갈 것을 내비쳐 경제난 극복과정에서 공정위 역할이 기대된다.
정 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곳곳에 남아있는 경쟁제한적 정부규제를 개선해 경쟁촉진적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정위 위상도 '미래를 내다보고 정파적, 지역적 혹은 특정 산업의 이해로부터 독립한 경쟁주창자'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정부 전반의 서민보호 행보에 발맞춰 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불공정행위와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는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불공정행위와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정위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그동안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나름대로 많은 역할을 했지만 대기업 규제에 지나치게 매달려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 규제는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지나치다 보니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자금력 있는 기업들이 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는 등 경제활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이명박 정부 들어 대기업 규제의 핵심이었던 출자총액제한제는 폐지됐다.
물론 일각에서는 정 위원장에 대해 '규제 완화와 친시장주의를 명분으로 내걸고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보다는 대기업에 편향된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02년 1월 모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1심에서 재판부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은 해당 재판부가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잘못 이해해 균형을 잃은 것이고 법원의 부당한 간섭"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아울러 전임 백용호 위원장에 이어 거듭 교수 출신이 기용됨에 따라 한국의 경제 여건은 물론 미래의 발전 방향과 전략에까지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감 있고 제대로 된 정책을 펴 나가는데 대한 주위 의구심도 해소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이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통한 경제적 약자 보호에 나선 것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독과점 행위와 같은 시장질서 교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난이 깊어지면서 불공정행위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이 내렸는데 환율 등을 핑계로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으며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각종 편법을 써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국민 전체에 피해가 돌아가는 독과점·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은 공정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시장기능이 건전하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대신 공정위는 공정경쟁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주력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억누르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 또는 합리적인 소비자 보호정책 등이 좋은 예다. 산업이 발전해 경제가 잘되려면 무엇보다도 공정한 시장질서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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