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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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1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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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용 원칙을 전면에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무능이 미국 정부의 여기자 구출과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이런 주장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사를 통해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아가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남북관계도 생산적으로 발전해야 하며 실용의 잣대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대북정책의 방향으로 정했다. 그러나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도  남북관계는 정부 출범 이후 파탄위기에 빠졌다.

북한은 지난해 3월27일 남북경협협의사무소 남측 당국 직원을 전원 추방한 것을 첫 신호탄으로 남북 당국간 대화를 전면 중단했다. 7월에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사건이 발생해 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전면 중단했다.

북한은 이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무조건 이행, '비핵·개방·3000'폐기,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같은해 12월1일 군사분계선(MDL)을 통한 육로통행을 제한했다.

올 들어 남북관계는 더욱 꽉 막혀버렸다. 지난 1월17일 북한은 ‘전면대결태세’를 선언 군사적 대응을 공식 선언했고, 같은달 30일에는 남북간 군사·정치적 합의를 무효화하고, 남북기본합의서 및 부속합의서 중 서해해상경계선(NLL) 조항을 폐기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결국 4월5일 북한은 2006년에 이어 2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현대아산 근로자 유씨와 연안호 선원들을 억류중이다.

얼어버린 남북관계는 수치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한반도 통일의 진척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남북통합지수(IKII) 또한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한 정치·경제·사회문화 통합지수는 1000점 만점에 209.5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270.9점)보다 무려 61.4점이나 떨어진 수치로, 지난1994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남북 관계가 급랭했던 김영삼 정부 출범 초기와 비슷하다.

부문별로는 정치 부문이 2007년 50.3점에서 지난해 14.4점으로 급락했다.

이는 연구소가 규정한 남북통합단계상 3단계인 '남북통합의 진전이 본격화되고 남북협력이 정례화되는 협력 도약기'에서 1단계인 '비정기적으로 접촉, 왕래, 교류, 회담 등이 이뤄지는 접촉 교류기'로 후퇴한 것이다.

경제통합지수도 37.8점에서 30.8점으로 낮아졌고, 사회문화통합지수 역시 42.5점으로 전년도(58.6점)보다 16.1점 하락했다. 하지만 두 지수는 3단계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치통합지수는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된 1992년과 첫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2000년 급격히 올랐다가 다시 추락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서 급락한 것은 처음이다.

원인으로는 비핵화 우선의 대북정책 원칙, 북한의 내부정치 불안정으로 인한 과민한 대응 등이 지적됐다.

보고서는 "정치통합지수가 경제·사회문화 등 다른 영역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정치부문의 과잉단절과 악화에 대한 남북 당국자들의 책임의식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08년 지수하락은 남북통합이 입은 상처를 보여준다. 아직은 외상 수준이지만 이대로 방치한다면 서서히 통합의 불씨가 꺼져 중병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신중모드다. 과감한 대북 접근을 서둘러 모색하기보다는 클린턴 방북의 여파를 관망하면서 차분히 대책을 마련하자는 쪽에 가깝다.

남북간 협의 채널이 마땅치 않고 북한이 앞으로 어떤 대남 기조를 보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유씨 문제와 관련, “정부는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유씨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오히려 북한에 체류중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결과에 주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며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유씨문제가 최우선 과제라면서 정작 특사를 보내거나 회담을 제의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우선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모순적인 정책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다양하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함에도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하겠다는 것은 결국 아무 노력도 안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8.15기념사를 통해 경색 국면을 타개할 제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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