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친기업 정책' 기업에 부담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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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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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대기업에 대한 친기업적 마인드로 ‘각종 규제 완화’라는 선물을 안겨줬던 정부가 대가를 요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다만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은 부담까지 감수하면서 요청을 들어주기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기업 투자를 위해 대규모 감세정책과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기업의 투자 걸림돌로 여겨졌던 각종 규제들을 완화하면 기업이 투자를 늘릴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업의 호응이 없자 정부는 기업 투자 강요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거의 마무리됐다. 이제는 기업에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

정부는 17일 2조원 규모의 특별설비투자펀드를 조성했다. 이달 중 펀드 조성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달 이후 본격적으로 기업의 설비투자를 직접 지원하게 된다.

당초 정부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까지 포함시켜 총 5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설비투자펀드의 주체인 기업의 참여가 문제가 돼 이들에게 돈을 대줄 기관투자자들도 난색을 표함에 따라 산은과 기은이 중심이 돼 일단 2조원 규모로 출범한 것이다.

경기회복의 불확실성과 더불어 설비투자펀드가 지분출자 형태로 들어오는 만큼 기업이 투자 리스크와 경영권 리스크를 모두 떠안아야 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추가적으로 자금 조성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향후 기업의 설비투자 수요 등을 감안해 당초 발표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펀드 조성을 지속 추진해 기업의 설비투자 자금수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기업에 부담이 돼 돌아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정부의 대대적인 감세정책으로 올해 세수는 부족할 전망이다. 게다가 올해 총 예산의 65% 가량인 167조원을 상반기에 쏟아 부어 하반기 재정 부족은 불 보듯 뻔하다. 이에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대기업을 통해 충당한다는 것이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수해상황 점검을 위해 안산 반월 시화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상반기에 정부 예산을 많이 썼기 때문에 하반기 예산은 줄어들게 돼 있다”며 “대기업 중심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의 투자를 독려했다.

◆기업

경기회복이 불확실한 현 상황에서 투자를 줄여온 기업은 정부의 이러한 요구가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그럼에도 주요 대기업들은 정부의 이 같은 투자 호소에 당초보다 투자를 늘리는 데 앞장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1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업체들은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평균 3% 가량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한 것.

이경상 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은데 굳이 땀 흘려가며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감한 시기를 피해서 기업이 꼼꼼히 따져보고 자발적으로 호응하도록 투자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G그룹의 경우 올해 투자계획을 당초 11조3000억원에서 12조3000억원으로 1조원 늘렸다.

LG그룹 관계자는 “투자 여건이 되고 이윤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투자하게 된 것”이라며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인 만큼 그만큼의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요구에 따른 것 아니었냐는 질문에 그는 “만약 정부 요구에 따른 것이라 해도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았겠느냐”며 “다만 정부의 이러한 요구가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정부는 기업들에게 사내유보금 등으로 펀드에 참여하라고 하지만 현 상황에서 쉽게 설비투자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며 "특히 기존 제품의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기업의 설비투자는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반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라며 “최근 세계 경제 형국이 급한 불 끈 상황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기업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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